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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평점






대학원에 가서 망막 관련 연구를 시작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망막의 구조를 배울 때 커다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망막은 말하자면 카메라의 이미지센서 같은 역할을 한다. 즉, 각막과 수정체를 통과해 입사되는 빛에 반응해서 전기적 신경신호를 발생시켜서 뇌가 시각을 인지하도록 하는 기관이다. 망막은 빛에 반응해서 신경신호를 발생시키는 광수용세포와 이 신호를 (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전달하는 여러 종류의 신경세포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놀라운 점은 눈에 빛이 들어와서 가장 먼저 닿는 세포가 광수용세포가 아니라는 점이다. 빛을 받아 전기신호를 발생시켜야 하는 광수용세포는 어이없게도 다층 구조의 망막 중에서도 가장 아래쪽에 있어서 눈에 입사된 빛은 층층이 쌓인 망막의 모든 세포층을 다 통과하고 나서야 광수용세포에 도착한다. 더 놀라운 것은 광수용세포에서 생성된 신경신호는 곧바로 광수용세포의 뒤쪽으로 빠져서 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광수용세포에서 나오는 신경 다발은 광수용세포의 위에 놓여 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태양광 발전판을 지붕 위에 두는 것이 아니라 건물 내 1층에 놓아두고서 전선다발이 발전판 위에 널부러져 있는 형상이다.

말이 안되는 구조다. 이런 구조 때문에 인간의 눈에는 '맹점'이라고 해서 빛을 감지하지 못하는 결점이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망막 관련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이런 망막 구조를 역망막(inverted retina)라고 부르는데 인간 뿐 아니라 대부분의 포유류와 척추동물들도 이런 역망막 구조로 앞을 보며 살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오징어, 문어 같은 두족류의 눈은 역망막이 아니라 공학적 관점에서 매우 자연스럽고 우월해보이는 방식 - 광수용세포가 가장 위에 있고 신경섬유는 뒷쪽으로 연결되는 - 으로 생겨 있다 (위 그림 참조).

이런 역망막 현상은 오랫동안 진화론자과 창조론자 양쪽에서 관심을 받아왔다. 인간의 모든 기관 중 가장 정교하게 설계되어있는 눈조차도 이런 결점이 있다는 것은 결국 진보는 무작위한 돌연변이를 통해서 가장 적합한 것이 생존하는 것일 뿐이며 결코 완벽함을 향한 발전은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가 되었다.

왜 인류와 척추동물들이 이런 말도 안되는 구조를 가지게 되었느냐에 대해서는 정답은 없다. 다만 처음 피부 표면에 생겨났을 빛에 반응하는 세포에서 출발해서 무작위한 발전을 거듭하다보니 이렇게 되버렸고, 일단 이런 역망막 현상이 생겨난 후로는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이야기. 대신 인류는 역망막 구조에서 비롯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마치 애프터서비스처럼 사후에 다양한 추가기능을 가지게 되었다. 어쨌든 우리는 지금 앞을 잘 보고 맹점의 존재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망막에 대한 관심 때문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간의 몸에서 이상하게 생겨먹은 혹은 결치를 썪이는 유전적 '결함'들에 대해 다룬다.
역망막 구조 뿐 아니라 중력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설계된 부비동, 쓸데 없이 뼈가 많은 손목과 발목 등.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빠르게(?) 지능을 발전시키느라 뇌가 급속히 커져버린 인간이 가진 가장 문제점인 출산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
동물의 왕국'같은 데서 보는 다른 포유류의 분만 장면은 인간의 분만과는 완전이 다른 의미에서 놀랍다. 분만 자체도 극도로 짧을 뿐 아니라 새끼가 나오고 있는데 마치 볼 일을 보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거나 밥을 먹고 있거나 다른 새끼를 돌보고 있는 동물들이 많다.

분만의 어려움은 오로지 인간의 몫이며, 이는 커다란 두개골이 빠르게 진화했는데도 이에 걸맞는 진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탓이다.


망막, 분만과 관련된 해부학적인 결점들이 가장 큰 관심사였던 것에 비하면 이 책 전체를 보면 영양소 섭취, 뇌의 착각 등의 분량이 더 많았던 점은 아쉽기도 했다. 이렇게 마음먹고 결점을 찾으려 해도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 우리의 몸이 꽤 잘 진화해 왔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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