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saf

 
 
   


내 맘대로 평점




'숨결이 바람 될 때' 라는 멋있는 제목.
우리가 내뱉는 숨결은 바람 속으로 흩어지고
우리가 마시는 바람은 한 때 누군가의 숨결이었다.

어려서부터 문학을 사랑했고, 신경외과 의사의 삶을 택한 후에는 탄탄대로를 걸으며 출세가 보장된 인생을 살던 와중 불과 30대 중반의 나이에 폐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폴은 암 진단 후 삶을 마감하기까지 이년 남짓의 시간 동안 마지막 힘 한방울까지 짜내어 이 책을 완성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을 읽고서 울었다.
영화를 보고 운 적은 여러 번 있지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책을 읽고서, 비유가 아닌 정말 액체로서의 눈물이 흘렀던 적은 좀처럼 떠올릴 수가 없다. 십수년째 독후감을 기록하는 사람의 '직업병'인 듯,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것만으로도 별 다섯개를 줄만하다고 생각했다.

1부만 들었던 빨간책방에서 이동진씨가 '오열 경보'를 줬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준비된 웃음도 실패하기 쉬운 것처럼 이만큼 마음의 준비를 했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는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도 스스로에게 눈물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짧은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던 폴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일찍 끊어졌을 때 1차로,
그 뒤를 마무리한 담담하기 그지 없지만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아내의 글에서 2차로,
그리고 글이 다 끝난 다음 장에 나온 가족사진을 보고서 3차로 눈물이 났다.

책과 영화 등에서 슬픔에 대한 내 취향은 확고해서 과잉된 감정을 불편해 하고 오글거리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 가장 싫어하는 '장르'는 신파물이라고 생각할 만큼 관객 또는 독자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도록 의도된 연출을 싫어하고 영화 관련 정보에서 '신파'라는 힌트만 있어도 피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대형 상업영화의 절반정도는 거의 보지 못한다.

진짜 슬픈 영화는 기대하지 않은 슬픔, 담담하게 그려내는 슬픔이었던 것 같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나 <어바웃 타임>이 내가 가장 많이 울었던 영화였다.

이 책의 제재는 너무도 비극적이지만 이 책의 주제는 비극이 아니다.
"폴의 죽음은 비극이었지만 그의 삶은 비극이 아니었다"라고 했던 아내의 말처럼.
저자는 황망하기 그지 없는 암 진단을 받고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이 현실이 된 가운데 힘든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문학적이면서도 이성적이고, 감성적이면서도 냉철한 태도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질병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남겨진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담담한 목소리는 통곡하고 비관하는 것보다 훨씬 묵직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의사이자 환자로서 암과 죽음을 대면하는 과정 속에서 이 글은 죽음의 과정을 오열과 눈물바다로 묘사하는 대신 누군가에게 결국 찾아올 수 밖에 없는 죽음이라는 운명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내가 이 책을 읽고서 '감동'이라는 정서적 반응 외에 얻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죽음을 맞이하는 '매우 좋은' 방법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폴은 그저 죽음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죽음을 용감하게 헤쳐 나갔다."

슬프지만 비극이 아닐 수 있었던 저자가 냉철한 신경외과 전문의이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폴이 훌륭한 의사였고,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문학적 소양이 풍부하고, 감수성과 공감능력이 뛰어나면서 훌륭한 의술을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항상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신겨외과 환자들에게 따뜻한 의사일 수 있었고,
삶의 마지막까지 확고한 의지를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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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아직 20대 시절의 감수성을 간직하고 계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50년뒤 쥔장님 혹시 아프시면 제가 병문안 가겠습니다.
2019-02-04
19:29:11

[삭제]
준수
이 책은 정말 강해서(?) 20대 감수성이 없어도 꽤 영향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ㅎㅎ
2019-02-04
20: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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