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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평점





<환상의 빛>을 쓴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
번역본이 2016년에 나왔길래 최신작인 줄 알았는데 무려 1982년작.

10년 전에 비극적인 사건으로 급작스레 이혼한 부부가 10년 만에우연히 마주치게 된 후로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과거에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게 되는 이야기.
지금 보기에는 고색창연하고 80년대라서 가능했던 남성우월적인 시선을 지울 수 없는 이 '편지 모음'이 왜 이토록 감동을 주는 것일까.
편지들을 통해 차례로 되짚어가는 두 주인공의 운명은 결코 평범하지 않을지라도 그 마음의 과정은 결국 모든 애정이 겪게 되는 보편성을 띠게 되는 것 같다.

초반부에서는 극단적인 운명의 굴레를 짊어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읽어나가게 되는 반면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결국 그들도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는 과정에서 감정이 고조된다는 점이 역설적이다.

역시나 이 소설에서 가장 좋은 점은 결국 미야모토 테루만의 문체다.
채도가 극히 낮은 아련한 사진처럼 차분하고 서정적인 문장에 꾹꾹 눌러담은 애절한 감정들은 마치 바짝 말린 찻잎같아서
눈으로 볼 때는 건조한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머릿속 어딘가 가슴속 깊은 곳에서 점점 부풀어 오르며 고유한 향기를 뿜어낸다.

마지막에 덧붙여진 옮긴이의 말은 여태껏 본 최고의 역자후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심드렁하게 넘기거나 이야기의 터널을 빠져나온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보통의 옮긴이의 말이라면
<금수>를 옮긴 송태욱씨의 후기는 소설이 끝난 순간 그 여운의 온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는 느낌이었다.
(물론 역자가 지켜야 할 선을 넘어 단정적으로 소설을 해석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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