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saf

 
 
   


전체 메뉴 가기 클릭


  준수 
  http://www.genijoon.com
  우연의 음악
요즘 연재 중인 미국 여행기에 올린
동일한 제목의 여행기의 일부입니다.
http://genijoon.com/usa.html


------------------------------------------------------------------------------------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소개된 인터뷰에서 소설가 폴 오스터는
어린 시절 바로 옆에 서 있던 친구가 벼락을 맞는 것을 보고 우연의 힘을 믿게 되었다고 했다.
좋아하는 작가 폴 오스터였지만 우연에 의한 스토리의 전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면모였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설사 폴 오스터 옆에 떨어진 벼락만큼 극적인 경험은 없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점점 '우연의 힘' 같은 것을 실감하게 되는 것 같긴 하다.

우리가 핸들을 단단히 잡고 있다고 믿는 이 인생에서
우연이 만들어내는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소설과 드라마에서 저건 말도 안된다고 소리쳤던 장면들,
우연과 필연으로 엮인 삼각관계나 넓디 넓은 서울 시내에서의 운명적인 만남같은 극 중의 일들이
현실에서도 분명히 일어난다는 것.


11-12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시티의 극적인 우승처럼,
영화에서 보더라도 정말 영화같다고 여겼을 정도로 비현실적으로 '극적인' 일들도
우연과 우연이 겹쳐진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것을 본다.


살아간다는 것,
저마다의 속도와 너비로 이런저런 일을 겪게 되는 것.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여러 입장에 서 보고 여러 종류의 감정을 느껴보는 것.

시간과 사건이 쌓인다는 것,
서울 시내에서 옛 여자친구 두 명을 같은 날 우연히 마주치기도 하고
내가 아는 두 사람이 엉뚱한 경로로 알게 되고 결혼하는 것.

극적인 우연이라 폄하했던 확률 낮은 사건들과 부닥치고
가장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는 일.


그래서 우연의 힘을 믿게 되는 것.
소설과 영화 속의 '극적'인 순간도 지극히 '현실적' 장면들임을 인정하는 것.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삶의 '보편적' 감정에 조금씩 다가가는 것






티베트에서 만났던 여행객을 1년 후 예멘의 시골 골목 모퉁이에서 만나는 일.
교토의 기온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에 대학 친구가 내 등을 치며 부르는 일
졸업하고 10년동안 연락 않던 고등학교 친구가 방콕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의 내 옆자리에 앉는 일.
폴란드 크라코프 광장에서 만나 커피 마시고 헤어졌던 사람이 며칠 후  체스키 크룸로프의 매표소에서 내 앞에 서 있는 일,
몇 주후 루마니아 부루레슈티의 숙소 부엌에서 다시 보게 되는 일.
여행을 하면서 인정하게 되는 우연과 운명의 힘.



여행에 가져간 MP3 음악을 랜덤재생하고 있는데
분위기에 맞춰 좋아하는 노래들이 연달아 흘러나오는 기막힌 순간이 있다.
가장 절묘한 순간에 제발 그 노래만은! 싶던 음악의 전주가 연주되기 시작되면
(김중혁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귀가 아니라 심장에다 이어폰을 꽂은 것처럼 음악이 온몸을 뒤흔든다."


2천곡이 넘는 음악이 담겨 있는데
어떻게 지금 이 순간에 바로 이 음악이 나올 수 있을까 싶지만,
시간이 흐르고 쌓이다 보면 미미한 확률의 사건도 분명히 일어난다는 것.

확률은 낮지만 임팩트는 크다는 것.

이 현실이 그 어떤 이야기보다 이야기같다는 것.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이 인간 상상력이 창조해낼 수 있는 그 어떤 것보다
기기묘묘하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네.
대신 진부하고 무익하고 결말이 빤한 소설 나부랭이 같은 것에 집착하지.



- 최재훈, <퀴르발 남작의 성> 中-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면서 '잘 짜여졌다'고 생각하면서 웃지만,

살다 보니 실수로 발치에 걸린 진공청소기가 갑자기 켜지고-
휴지가 빨려 들어가려는 것을 막으려 급히 청소기를 치우다가 옷걸이가 넘어지면서 내 머리를 치게 되는 일도
실제로 일어나더라.


     




209 미국식 친절, 일본식 친절, 한국식 친절    준수 2017/07/16 262
208 소년이 온다    준수 2017/03/19 356
207 물음표가 있어야 질문이다 -폴 디랙-  [4]  준수 2016/08/15 886
206 두 가지 글쓰기  [2]  준수 2016/02/24 1341
205 정준수 사용법 ④  [2]  준수 2015/10/23 1617
204 학위논문 감사의 글  [6]  준수 2015/10/07 66934
203 '성인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4]  준수 2015/07/19 1777
202 개인(個人)과 분인(分人)  [1]  준수 2015/04/04 1671
201 일만선서(一萬選書)  [3]  준수 2014/11/27 1667
200 평양냉면을 위한 변명  [3]  준수 2014/10/17 1687
199 출근길과 퇴근길    준수 2014/08/17 1527
우연의 음악    준수 2014/04/28 1494
197 부산=서울  [4]  준수 2014/02/22 1547
196 7년 전의 나보다  [2]  준수 2013/12/26 1661
195 Q: attend live performance vs. watching them on television    준수 2013/11/10 1284
  
   1 [2][3][4][5][6][7][8][9][10]..[14]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AMICK
   

Copyright ⓒ 2003-2015 genijo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