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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수 
  http://www.genijoon.com
  개인(個人)과 분인(分人)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쓴 <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분인'이라는 개념이 흥미롭고 나의 경우에 비추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개인(個人)의  원어인 individual
부정을 뜻하는 접두어 'in'과 '나누다'에서 파생된 'dividual'의 합성어로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온전한 존재를 의미한다.
분할 불가한 '개인'이라는 틀로 자신을 정의한다면
'진정한 나'의 존재는 단 하나만 존재하며 그 밖의 내 모습은 거짓이 된다.

하지만 실제 나의 모습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의 나는 꽤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람 같지만
다른 집단 속의 내 모습은 성마르고 까칠한 아저씨같다.
어떤 친구 앞의 나는 술자리에 어울리는 유머센스와 진지함을 겸비한 캐릭터 같지만
또다른 사람에게 나란 사람은 말수가 적고 일만 하며 사는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할 것이다.

인간관계에만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다.
노래를 못하는 자신의 모습이나 박약한 의지와 게으른 천성을 한탄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소설을 읽고서 촉촉해지는 감성을 가진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기도 하고
여행을 하고 있는 나란 존재는 평소의 나보다 훨씬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이렇게 내가 가진 여러가지 모습들을
개인(individual)이 여러 개로 나누어진(dividual) 하나하나의 분인(分人)이라 정의한다.

개인이 정수 '1'이라면 각 분인들은 깊이와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비율을 가진 분수들이고
각각의 대인관계마다 다른 인격이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런 나의 여러가지 얼굴의 분인들은 모두 진정한 나라는 것.
존재 하지 않는 유일무이의  '진정한 나'의 허상 때문에
우리는 이중에서 어떤 것이 진짜 나일지 고민하고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익숙하기만 한 individual이라는 단어를 낯선 시각으로 분해하여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데서 그치지 않고
'분인'이라는  틀을 통해서 나와 타인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설명하는 이야기들도 와닿았다.


나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남과의 비교에 의한 우월감이나 타인의 인정에 기반한 '상대적 행복'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매길 수 있는 '절대적 행복'을 위해 제일 중요한 조건이다.
(김찬호 작가가 저서 <모멸감>에서 이야기한 한국사회의 가장 큰 부족함이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마음에 드는 나의 분인도 있고 바꾸거나 버리고 싶은 분인도 있다.
그 모든 모습을 포괄하는 자신의 전체를 사랑하는 일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어떤 특정한 사람이나 상황 속에서의 나 자신(분인)을 좋아하는 일은 조금 더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결국 모든 나의 모습들이 다 나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상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수많은 나의 분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 그래도 두세개만 있다면 그것을 발판으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좋아하는 분인들을 하나씩 찾아나가고 꽤 마음에 드는 나의 모습들이 하나씩 늘어간다면,
우리는 그만큼 스스로에게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타인을 사랑하는 일도 비슷할 수 있다.
상대를 좋아하는 감정으로 사랑을 정의할 수도 있겠으나
"그 사람과 있을 때의 내 분인이 좋은 상태"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것이 히라노씨의 생각이다.

당신의 존재 덕분에 나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되는
"타자를 경유한 자기 긍정"이 '사랑'이라는 감정이라고 말이다.





이 책은 신형철씨가 진행하는 문학동네 팟캐스트에
히라노 게이치로씨가 초대손님으로 나온 방송을 듣고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방송에서 신형철씨가 소개해준 히라노씨의 TEDx 강연 영상을 보고서 이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팟캐스트에서 이 작가가 전해준 진중한 생각들과 TED에서 담담히 들려준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자기 계발서 냄새 풀풀 나는 이런 제목의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을 것 같다.


혹시 관심 가지실 분을 위해 TEDx 영상과 제가 받아 적은 주요부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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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
그 중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왠지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학교에서 회사에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나의 모습을 헤아려 본다면
그래서 그런 내 모습이 두 세개만 있으면 어쨌든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내게는 친구가 3명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세 명이나 있다, 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나의 모습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울을 보며 '난 내가 좋아'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 덕분에 타인을 통해서 나의 어떤 모습을 긍정하게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떤 타인을 둘도 없는 존재로서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Hirano Keiichiro
TEDxKyoto 2012 강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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