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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수 
  http://www.genij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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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인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고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을 보았다.

주인공 머릿속의 '조종실' 속 기쁨, 슬픔, 화, 까칠, 소심 등 다섯가지 '감정'들을 의인화하는 상당히 특이한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의 프로이자 사랑스러운 캐릭터의 산파인 픽사라도
애니메이션의 스토리로 풀기에는 추상적이고 시각화하기 어려운 소재일 거라 생각했지만
영화관을 나설 때는 몹시 감동하며 역시 픽사는 픽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눈물이 나기는 13년 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후 처음인 것 같다.
(요즘 부쩍 눈물이 많아진 것 같긴 하지만)

그리고 꽤 현란하고 유치해 보이는 포스터와 달리
이 영화는 분명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극장에서 소리내며 반응하며 즐겁게 보던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아무리 똑똑하고 굴곡을 많이 겪은 아이라도 '기억과 감정의 창고'에 대한 이 스토리에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아래로는 미약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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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연재한 여행기들을 통해서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던 만큼
이 영화에 나오는 감정과 기억의 동작방식은 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릴 때부터 겪게 되는 일들과 그 순간 감정의 무늬들이 쌓이고 쌓여 지금의 나를 나답게 만든다는 것은
누구나 막연하게 생각할 법한 점이지만
그것을 유치하지 않으면서 효율적이고 아름답게 시각화했다는 점이 이 영화에서 가장 훌륭한 점 같다.

의식 너머에서 일어나는 기작에 대한 막연한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놀란 감독의 <인셉션>이 떠오르기도 했다.

머릿속의 '제어본부'에서는 기쁨, 슬픔, 화, 까칠, 소심 이라는 감정 (캐릭터)들이 인물의 행동을 조종하고 있다.
하루동안 겪는 소소한 경험들은 주인공이 느꼈던 감정에 따라  다섯가지 중 한 가지의 색깔로 칠해진 구슬이 되는데,
주인공이 잠들고 나면 그날의 기억 구슬들은 장기기억 보관소로 보내진다.
평생 기억될 중요한 기억은 '핵심기억'으로 남게 되지만
장기기억 보관소의 구슬들은 수시로 정리되어 다시는 떠올리지 못할 '기억의 쓰레기장'으로 버려지기도 한다.

다양한 '구슬'들을 긁어모아 시나리오를 만들고 꿈을 제작하는 스튜디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들을 깊숙히 숨겨둔 잠재의식의 동굴,
이상형과 이상향이 그려지는 상상의 세계 등의 묘사는 깨알같은 재미와 공감을 줄 뿐 아니라
(특히 젓가락 행진곡과 껌광고의 디테일함)
상당히 많은 측면에서 (잘 모르지만..) 심리학 이론을 잘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사실 주인공 소녀 라일리가 겪는 역경은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친구들과 행복하게 살던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로 이사간 후 겪는 외로움, 두려움, 그로 인한 가족과의 불화.
누구나 살아가며 한번쯤 겪어왔을 법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더욱 관객의 공감도를 높이는 것 같다.

행복하게 살던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스토리는 뻔한 '성장영화'지만
이 영화에서 내게 중요하게 다가온 점은 그 고난의 강도나 극복의 드라마가 아니라
유년기의 '성장통'을 겪은 후 어른에 가까워지는 소녀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들이었다.


아이의 머릿속 조종 콘솔은 1인용이라서 다섯개의 감정들이 번갈아 작동하게 된다.
그래서 기억의 구슬은 다섯 색깔 중 중 한가지 단색으로 칠해진다.

반면 어른들의 조종 콘솔은 크고 복잡해서 다섯 감정들이 나란히 앉아서 각자의 담당파트를 동시에 제어한다.
(사람마다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감정들이 다르다.)
따라서 어른의 머리속에서 만들어지는 구슬은
영화 막판에 '어른'이 된 후 라일리의 구슬처럼 여러 감정이 뒤섞인 얼룩구슬이다.

어릴 때의 감정은 단순하고 기억의 구슬은 기쁨 일색이다.
하지만 성장하고 유년기 무렵이 되고,
가족이 아닌 사람과 교류하고 여러 관계 속에서 이런저런 새로운 일들을 겪으면서
다양해지는 경험과 기억만큼 감정도 다채롭고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섯가지 경험이 서로 다른 얼굴과 성별을 하고 있는 아이와 달리
어른의 다섯가지 감정들은 모두 주인공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색깔만 다르다)

서로 이질적이고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았던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들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결국 다 '나 자신'의 조금 다른 모습들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려 한 것이 아닐까, 라고
혼자 생각을 해 보았다.

이 애니메이션이 '성인용'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바론 이런 점들 때문이었다.

경험의 조각들에 감정의 색깔이 칠해져 기억이 되고,
몇 종류 안 되는 원자들이 연결되고 조합되는 방식에 따라 공통점을 찾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성질을 가지는 분자들이 되듯이
미세한 기억의 원자들이 뭉치고 연결된 고유한 분자의 덩어리들이
결국 지금의 나 자신을 그 누구도 아닌 나답게 만들고 있다는 것.

어린이들은 결코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미안..)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보고 있었더니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This film is dedicated to our kids. please don't grow up."

어린이가 아닌 어른들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관심    2015/07/20  
 픽사의 디테일과 아이디어에 감탄을 하면서도, 기술적으로 배치된 복선을 계산하면서 보는 저 자신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했다죠^^ (빙봉의 마지막 선택은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지만, 처음 빙봉이 등장할 때부터 빙봉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떻게 작별을 할 지는 예측할 수 있었다죠^^ 그래도 울컥할 수 밖에 없는 ㅠㅠ)
아, 그리고 아이들이 공감하지 못하지만, 어른들이 이야기하지 않는 지점을 아이는 반응을 하죠^^ 저희 37개월 따님은 무려 3번을 봤는데(엄마랑1번,아빠랑2번) 라일리가 집으로 돌아오고 슬퍼하는 장면에서 저에게 이렇게 속삭이더라구요 - "아빠, 내가 슬퍼할 때 아빠도 꼭 안아줘~알았지?" / 어린 나이에는 단순한 콘솔로 기억도 단색으로 남는 것으로 표시되었는데, 사실 별 거 아닌 듯한 아이의 감정 하나 하나가 그 짧은 인생을 바쳐서 느끼는 얼마나 치열한 감정과, 그로부터 기인한 기억인가를 섬뜩하게 느낄 때가 많아요.
좋은 감상평 감사합니다. 보다 선명해지는 기분이네요 ^^
  준수    2015/07/20  
 앗 저는 빙봉을 보면서 전혀 미래와 역할을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더 울컥했나봐요.
제가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아이들을 너무 무시하였나요?ㅎㅎ

저는 아이를 그리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딸아이가 그렇게 말한다면 정말 꼭 안아주고 싶을 것 같네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텅빈 하드처럼 세상에 나타난 백지같은 기억의 저장고에 채울 구슬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그때는 다 그런거야' 싶지만 아이 입장에서 지금 그 상황이 본인 평생에서 얼마나 치열한 순간인지 종종 잊어버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되겠죠? 저도 '애들이 뭘 안다고 말이야'식으로 아이들의 감정을 재단한 것을 반성합니다.

그나저나 아이가 3번을 본 것은 아이가 보고 싶어 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엄마가 바쁠 때 아빠가 아이랑 보고와서는 강력추천해서 엄마가 다시 아이랑 보러 가셨다거나ㅋㅋ
  김혜인 삭제  2015/07/22  
 빙봉의 등장과 퇴장은 예상 가능했지만 눈물이 나는건 어쩔수 없더라고요. 예매를 잘못해서 더빙으로 봤는데-엄청난 수의 아이들과-오히려 잘됐다 싶었어요. 전문 성우분들이-노 개그맨-다양하게 잘 살려주셨거든요. 저는 엄청 감동하고 울며 봤지만 즤 신랑은 중반이후 잠들더군요. 어쨋거나 아니메 덕후로서 매우 만족스러운 영화였어요!
  준수    2015/07/22  
 앗 더빙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이 안되네요. 자막으로 늦은 시간에 봐서 아이들이 거의 없었던 저의 경우와는 많이 분위기가 달랐을 것 같네요..혹시 다시 본다면 저도 한 번 자막으로 봐야겠습니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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