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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수 
  http://www.genijoon.com
  학위논문 감사의 글
학위논문에 쓴 감사의 글입니다.

감사의 글은 학교마다 연구실마다 형식과 분량이 천차만별일텐데
감사의 글 치고 주책스럽게 길기는 하지만
제가 쓴 글이라는 의미에서 여기에도 올립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은 덜어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지워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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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동 11층에 있는 연구실은 전망이 훌륭합니다.
특히 비가 온 다음날 가시거리가 성큼 물러난 명징한 하늘을 바라보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깨끗하고 드넓은 하늘 아래 관악산 자락에 새 둥지처럼 앉은 캠퍼스가 한 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 목동과 난지도, 동쪽의 한 토막 한강에 걸린 반포대교와 수락산, 북쪽으로는 여의도의 고층빌딩들 너머 북악, 인왕, 남산의 능선과 다른 날에는 볼 수 없는 북한산-도봉산으로 이어지는 우람한 산봉우리까지 훤히 보이는 호방한 경치. 이렇게 맑고 뚜렷한 풍경이 펼쳐지는 날에는 남산타워가 팔 뻗으면 닿을 듯 가깝게 보여서 마치 저의 연구결과도 곧 손에 잡힐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겨우내 눈이 녹지 않던 무채색의 관악산에 (초록이 아닌) '연두색'이 너울거리는 봄 풍경은 꽤 희망적입니다. 자리에 앉아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거대도시에서는 찾기 어려운 뚜렷한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고마운 환경 (특히 301동은 교수님 연구실보다 대학원생 방이, 그보다 화장실과 계단참의 전망이 더 뛰어납니다). 수십 번째 반복되는 낮과 밤의 길이 변화를 매년 매철 새삼스러워 하듯이, 301동에서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의 기척과 계절의 변화는 어제와 오늘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단조로운 대학원 생활의 익숙한 환경을 자주 '새삼스럽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반복되는 공간과 일상이 주는 매너리즘을 벗어나고 고이기 쉬운 마음을 주기적으로 물갈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전망이 별로인 7층이 아니고 엘리베이터 오래 기다리는 15층도 아니라 딱 적당한 11층이라서 감사합니다.


아무리 연구실 전망이 좋아도 연구가 재미있지 않았다면 박사학위는 훨씬 더 힘든 과정의 결과였을 겁니다. 학부 졸업을 앞두고 전공공부는 싫지 않았지만 최신 전자제품과 최신기술에 무관심해서 지금도 전자제품을 충분히 잘 쓰고 있는데 더 선명하고 큰 화면을 만들고 더 빠른 통신방법을 고안하거나 더 싸고 작은 회로를 설계하는 기술에 큰 흥미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다행히 OOO 교수님과 신경공학을 알게 되었고, 나의 연구가 생활의 편리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삶의 방식을 바꿀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는 박사학위 공부에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교수님과 연구실 덕분에 '적성에 맞는' 분야를 연구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기초학문과 다른 공학연구의 의미와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좀처럼 성과가 없고 지지부진할 때에도 저를 믿고 응원해 주신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도중에 학위주제가 바뀌거나 목표 없이 헤매지 않고 박사과정 내내 한 가지 우물만 팔 수 있도록 지지해 주신 교수님의 따뜻한 가르침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길고 험난한 박사과정이 되었을 것입니다. 교수님 어떠시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참 좋으셔', 연구실 어떠냐는 질문에 '참 즐거워' 라는 천진한 대답으로 상대를 당황(?)시킬 수 있도록 해주신 교수님, 감사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시는 교수님의 연구철학도 저의 연구에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전세계인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을 것만 같지만 세계인구 절반이 넘는 사람은 아직 인터넷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첨단기술의 개발을 통해 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개선하기 위한 돌파구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이 효과적으로 분배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노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호기심과 연구 모두 저마다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저의 연구는 사회와 사람들에게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가진 사람들 보다는 지금껏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입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심사위원을 맡아주신 OOO 교수님, OOO 교수님, OOO 교수님, OOO 박사님께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오랜 시간 저의 연구에 큰 도움을 주신 OOO, OOO, OOO, OOO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러고 보니 그때가 좋았었구나' 라고 뒤늦게 깨닫는 것이 인생의 반복되는 숙명이라지만 대학원생 생활은 '역시 학생이 최고야'라는 사실과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을 생생히 실감하며 지냈던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바깥 세상의 물정과는 동떨어진 채 서울 제일 깊숙한 곳에 틀어 박혀서 매일같이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실험을 하고 물건을 만들며 연구비를 쓰는 것, 혹은 태평하게 다른 이의 논문을 읽고선 아는 것이 많아졌음에 만족하거나 논문에 들어갈 단어 하나를 수십 번 바꿔 쓰며 밤을 지새는 것(은유적 표현입니다. 밤 샌 적 없습니다)이 거의 유일한 의무이자 거대한 권리였던 대학원생의 하루하루. 가방끈만 점점 늘이고 있을 뿐 변변한 효도 제대로 한 적이 없는 대학원생 아들의 이런 호팔자를 지탱해주신 부모님께 무엇보다 큰 감사를 드립니다.

연구실 생활은 인생에서 참 중요한 순간들로 채워진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과 공간의 부피를 채우고 무게를 차지하는, 굳이 말하자면 '건더기' 같은 것, 그래서 점점 희미해져 갈 대학원 생활에 대한 기억의 그물 위에 그나마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은 학위와 연구가 아니라 시공간을 함께 보낸 연구실 사람들입니다. 연구 이외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연구실 생활에서 너무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래될 기억들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연구실 사람들) OOO,OOO,OOO,OOO,OOO................... 모두 고맙습니다. 즐거운 일만큼이나 서운했던 순간도 있었을 테고, 고마웠던 이에 대한 애틋함과 함께 미운 사람에 대한 원망이 섞여 있겠지만 좋은 기억만 남게 될 것 같습니다.


건강한 대학원 생활에 큰 역할을 해 주신 생협 302동 식당에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은 주관적인 기준이지만 좋은 음식과 안 좋은 음식은 분명히 객관적 판단의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동안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302동 식당의 '좋은 음식' 덕분에 하루 두 끼를 학교에서 해결하는 대학원 생활의 건강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301동 식당과 배달음식 외에 선택권이 없었다면 대학원생 생활은 지금보다 훨씬 피폐하고 더부룩한 몸과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식당’이 그나마(?) 옆 건물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저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권위 있다는 학교에서 정규교육과정으로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학위를 가진 소위 '고학력자'가 되었습니다. 박사가 되기 위한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것은 일부 저의 능력과 노력의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이 불황과 취업난의 시대에 돈벌이 걱정, 월세 걱정 없이 없이 ‘팔자 좋은’ 대학원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자체가 일종의 '특권'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부족함 없는 집에서 태어나 화목한 가정에서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체득하고, 특히 '고학력자' 부모님을 둔 '학구적인' 가정환경에서 공학도의 롤모델이신 아버지를 보며 연구자의 삶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잘 닦인 길이 반듯하게 놓여 있어서 차선을 지키며 친절한 안내표지판들을 묵묵히 따라간 것만으로 칭찬을 받으며 박사학위까지 순탄하게 도착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길을 놓아 주시고 안내해 주시고 기름을 넣어주셨을 뿐 아니라 규칙을 어기고 위험하게 달리는 차들은 결국 사고를 내거나 딱지를 끊을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신, 그리고 그런 삶의 방식을 몸소 보여주신 부모님께 무엇보다 누구에게보다 가장 큰 감사를 드립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바람이 아니라 햇빛이었던 것처럼, 조수석에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조바심 내지 않으시고 단 한번 공부하란 말씀 없이 언제나 아들을 믿으셨던 부모님의 신념 덕분에 오히려 이토록 오랫동안 ‘자발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사 학위뿐 아니라 앞으로 제가 어떤 삶을 살며 어떤 것을 가지게 되든 그것을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남들에겐 없었지만 제가 가질 수 있었던 기회와 행운에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고마운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2015년 7월

  관심    2015/10/12  
 잘 읽었습니다. 이 논문의 미래와 준수님의 다음 발걸음이 '지금껏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이 더 많은 혜택을 입을 수 있는' 행보가 되리라 믿습니다^^
  준수    2015/10/12  
 감사합니다.
너무 개인적인 글인 것 같아 부끄러워 이 글을 곧 지워버릴 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에스뗄 삭제  2015/10/13  
 정박사님!
되신거 축하드려요^^ 진심으로..
글고 이글 지우시 않으셨음 좋겠어요.
넘 좋아요. 글이..
저도 아직 학생이라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고민되는 부분들에도 용기를 얻게 되네요.
준수님은 참 예쁜 학생,자랑스런 아들일듯..ㅎ
저도 제 주변에 감사하고 안개처럼 뿌연 앞날에도
담대할수 있는 성숙함을 가져야겠다고 생각 ㅎ
준수님 실생활을 살짝 엿본것도 같아서
더 친근히 느껴져요.
다시한번 축하드리고 ..
늘 좋은글 주셔서 저도 감사해요!
  준수    2015/10/14  
 감사합니다.
대학원 다니시는군요! 제 식생활 밖에 드러나 있지 않지만... 곧 없어지더라도 놀라지 마시길ㅎㅎ
  에스뗄 삭제  2015/10/25  
 전 식생활은 눈에 안들어왔는데..
왠지 까칠하실 것같은 느낌이었는데..
실제로는 의외로(?) 다정하신 면이..? ㅎ
뭐 그랬는데..ㅋㅋ
  준수    2015/10/26  
 실제로 매우 까칠해서 별로 다정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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