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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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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서평으로 독후감 게시판에 올렸던 글을 기록 삼아 이곳에도 올려둡니다. 같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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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반쯤 읽었을 때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마음이 무거워질까 겁난다는 이유로 정말 오랫동안 미루고 미루던 이 책을 마침내 읽기 시작한 것은 한국에서 들려오는 뉴스와는 무관하게 책꽂이에 꽃혀 있는 순서때문이었지만, 책을 더 즐기게(?) 해 준 이 기막힌 우연에 감사한다.

무고한 시민들이 정부군의 총탄에 쓰러져간 80년 5월의 광주에 비해 2017년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던가.
그때 무차별 발포와 처절한 진압을 명령한 살인자는 여전히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능력이 없는 공주가 국민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고
그 주변으로는 그와 똑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혹은 그러려 애쓰는) 사람들이 들러붙어 호가호위하며 대한민국의 시간을 되돌리려 애쓰고 있다.
비상식적이고 일방적인 정부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국민들의 의아함에 관심이 없다.
종북 프레임은 여전히 정치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무기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80년 광주에서 이 책의 주인공인 동호가 희생자의 관을 감쌌던 태극기의 의미가 크게 변질되어버렸다는 것 정도.


염치가 없는 자들은 살아남았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사라져갔다.


4년 전 대선 투표날 밤늦게까지 개표방송을 보다 절망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서울 지역 개표율이 아직 한참 낮은데 어떤 통계적 계산의 결과로 '당선 확정' 뱃지가 달리던 순간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특히 칼로 썰어놓은 듯 선명하게 갈라진 연령대별 득표율을 보면서
저 이분법의 줄다리기가 사라지려면 그저 시간이 지나 '윗물'이 빠지고 '아랫물'이 차오르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인지,
도대체 몇 년이 더 지나야 우리는 종북과 반공의 패러다임에서 자유로운 인간다운 대통령을 가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을 탄핵한다.'

친구 어머니 같은 인상의 재판관이 쉬운 말로 씌여진 결정문을 격식없이 읽어내려간 저 문장 하나가 어쩌면
내가 바라던 대한민국을 4년 전 나의 걱정보다 좀 더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피 한 방울 없이 헌법과 법률로 정해진 절차를 따라 이루어진 권력의 교체가
이름없이 쓰러져간 수많은 생명들이 염원했던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지구 반대편 보스턴 출장에서 돌아오던 기차 안에서 자꾸 끊기는 스트리밍 중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는 웬만하면 정치 이야기는 쓰지 않으려 했다.
정치에는 아마도 평균 이상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같지만
평소 인간관계에서도 답이 없는 정치-종교 이야기는 피하려 하기도 하고.
정치와 무관한 이유로 이곳을 찾는 누군가에게 혹시나 불쾌감을 주는 게 싫었다.
(정치색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몇몇 인문학 책의 서평에서는 조금 드러나기도 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기록'을 위해서 이런 글을 '나'에 대한 기록관인 이 곳에 남기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만큼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중대한 일이니까,
혹은 미래에 들춰보았을 때도 이 사건이 우리 사회의 결정적인 변곡점 같았던 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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