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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삿포로 ① - 탑모델의 "눈" 화장법
분류: 삿포로
이름: 준수 * http://www.genijoon.com


등록일: 2012-05-21 23:37
조회수: 2889 / 추천수: 130


겨울의 홋카이도는 가보고 싶던 곳이었다.

 

 

 

 

 

 

 

겨울의 홋카이도는 가보고 싶던 곳이었다.

 

 

 

 

 

 

 

 

 

 

 

 

 

 

 

 

 

영화 "러브레터"의 눈밭 속에서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뜨거운 입김,
"아득한 북쪽" 이지만 얼큰한 미소라멘의 국물이 떠오르는 이름.
매서운 눈발과 추위에 어깨를 움추린 채 총총걸음으로 조그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글지글 양고기 굽는 연기 너머로 차가운 맥주잔 부딪히는 소리가 나를 기다릴 것 같은 느낌이랄까까.

 

 

 

 

 

 

 

 

 

 

 

 

 

 

 

 

 

 

내게 홋카이도나 삿포로는 그런 이미지였다.
사할린, 오호츠크해 같은 단어는 단어를 적기만 해도 밑에 고드름이 생길 듯 차갑지만,
그와 인접한 홋카이도라는 지명에는 머리는 차지만 몸은 따뜻 겨울의 노천온천처럼,
차가운 날씨지만 그 추위를 녹이는 군고구마 같은 따끈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리고 홋카이도대학교에서 우리 연구실로 교환학생 왔던 일본인 친구가
올봄을 마지막으로 도쿄로 떠난다는 이유를 들어 삿포로 여행을 다녀왔다.

 

 

 

 

 

 

 

 

 

 

 

 

 

 

 

 

 

 

 

 

여기에 "이것"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서울에 한강이 없었다면,
북경에 빨간색이 없었다면,
이 도시는 얼마나 더 삭막한 공간이었을까.

 

 

 

 

 

 

 

 

 

 

 

 

 

 

 

 

 

 

 

 

서울의 한강이나 북경의 붉은 장식들을 색조화장이나 성형수술 정도라고 한다면
삿포로의 눈은 특수분장용 맞춤가면이나 카부키 화장 같다고나 할까 ,
역사 짧은 150살 계획도시의 단조로움을 깨끗이 덮어주는 흰 눈의 존재감은 굉장해 보였다.
눈이 없었다면 삿포로라는 곳도 콘크리트와 유리가 주인공인 여느 현대도시들처럼
거대한 바둑판 속에서 이곳과 옆 블럭의 풍경이 구별되지 않는 평범한 장소일 것만 같다.
(여름에 삿포로는 가보지 않아서 혹 다른 매력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번 여행의 주인공은 도시도, 음식도, 사람도 아니라, "눈"이었다.

 

 

 

 

 

 

 

 

 

 

 

 

 

 

 

 

 

 

 

 

 

 

 

 

 

 

우리가 자주 경험하듯이 애매하게 쌓인 도시의 눈은 금새 더러워진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동안에는 마차 행렬속의 귀부인처럼 우아하며 열렬히 환영받지만,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 수 있는 고귀함은 잠시뿐이다.

 

마치 일장춘몽으로 끝난 어느 세도가의 권세처럼
도시의 아스팔트와 시멘트에 닫는 순간 하얀 눈은 애물단지 신세가 되어 버린다.
대궐에서 유배지로 쫓겨나 치워지고 밟히고 구르다 보면
어느 새 세상의 더러움을 지 홀로 다 끌어안은 듯 씁쓸한 모습만 남는다.

 

 

 

 

 

 

 

 

 

 

 

 

 

 

 

 

 

 

 

 

 

 

 

 

 

 

 

 

 

차와 사람의 행렬이 한시도 멈추지 않는 대도시에서
눈이 더러워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스타일리스트가 수시로 달려와 화장을 덧발라줘서 항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화보활영장의 모델처럼,
쌓인 눈이 더러워지기도 전에 계속해서 눈이 내리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겨울의 삿포로는 과연 탑모델급이다.
삿포로의 위도는 43도 정도지만
1년 적설량이 무려 6미터!!
연 평균 눈 오는 날이 125일이니 겨울동안은 매일 눈이 오는 셈이다.

(위도 61도 알라스카의 앵커리지는 연간 적설량이 2미터에 불과(?)하다.
모스크바도 겨울강우량이 3미터 정도밖에, wiki참조)

 

 

 

 

 

 

 

 

 

 

 

 

 

 

 

 

 

 

 

내가 머문 4일동안 삿포로는
잠시라도 맨얼굴을 드러내거나 흐트러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3월 초의 서울은 봄의 희망이 싹트는 중이었지만 삿포로는 여전히 설국이었다.
다행히도 눈은 충분한 겨울풍경이면서 추위는 많이 누그러 들어서
겨울을 여행하기 위한 최적의 날씨.

 

 

 

 

 

 

 

 

 

 

 

 

 

 

 

 

 

 

 

 

 

눈으로 완전히 덮힌 인구 200만의 대도시,
인공물의 흔적만 남은 하얀색 세상과 회색빛 하늘로 이루어진 단순한 무채색 구성이
이 정도로 아름다울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인도도 차도도 가로수도 자동차도 건물도 먼 산도
똑같이 하얀 눈 속으로 두텁게 덥힌 풍경,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처럼
삿포로의 눈은 절대 더럽혀지지 않는 뽀얗고 하얀색이었다.

 

 

 

 

 

 

 

 

 

 

 

 

 

 

 

 

 

 

 

 

 

 

 

 

 

 

 

 

영화 속 회상장면처럼,
채도가 다운되고, 음량도 확 줄어든 것만 같은 풍경,
눈 오는 삿포로는 정말 아름다웠다.

 

 

 

 

 

 

 

 

 

 

 

 

 

 

 

 

 

 

 

 

함박눈이 내릴 때면 어김 없이 길가에 멈춰서서 눈 오는 풍경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지상세계의 온갖 주름과 잡티와 흉터를 감추어 주는 비비크림같은 함박눈의 은혜를 온 몸으로 느꼈다.
바라보고 있는 순간에도, 지금 이 풍경이 오래 기억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

 

 

 

 

 

 

 

 

 

 

 

 

 

 

 

 

 

 

 

 

 

 

 

 

 

 

 

 

 

 

 

 

 

 

 

 

 

 

 

 

 

 

 

-답글달기   -추천하기     -목록보기  
관심
비유가 너무 멋지네요.
우아한 귀부인의 자태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쉬운 눈이건만,
삿포로에 내리는 눈은 그 우아함을 지키기 위해 그 걸음을 멈추지 않는걸까요? ^^
눈이 배경이 아닌, 주연으로 생각하며 사진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군요.
2012-05-24
15:33:27
그레이
멋진 글입니다.
2012-05-24
18:48:24

[삭제]
선셋
늘 그렇듯 멋진 사진, 훌륭한 글이네요 :)
사진솜씨도 글솜씨도 참 부럽습니다ㅎㅎ
2012-05-25
00:18:54

[삭제]
임동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준수님의 비유센스는 정말 도저히 공대생이 아니신것 같아요! ㅎㅎㅎ
2012-06-11
20:08:56

[삭제]
애치
여운이 남아요. 어쩜 이렇죠 크~~
2012-06-21
19:56:33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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