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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삿포로 식도락 ③ - 이케다씨 초밥의 비밀
분류: 삿포로
이름: 준수 * http://www.genijoon.com


등록일: 2012-07-28 23:56
조회수: 2867 / 추천수: 132


제목 없음

 

이케다(池田)

 

 

 

 

 

 

 

 

 

 

일본친구 토모코가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초밥집이라고 나를 데려갔다.
가게의 주인이자 "스시 마스타-"인 이케다씨의 이름을 건 가게다.

 

토모코가 이 집 스시를 설명할 때면
실눈을 뜨고 몸까지 떨며 "오이시이-" 라고 호들갑을 떨어서
일본여성 특유의 "과잉 리액션"이라고 평가절하했었지만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예감이 좋았다.

 

뭔가 딱 일본적인 느낌,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법한 동네의 조그마한 스시집.

 

 

 

 

 

 

 

 

 

 

홋카이도대학교 후문에서 몇 블럭 떨어진 한적한 주택가에 있어서
동네 사람이나 아는 사람만 찾아올 위치,
가게 외관도 별로 적힌 것이 없어서
나같은 사람은 가게를 발견해도 스시집인 줄도 몰랐을 것 같았다.

 

주방장과 마주보는 일식 다치(bar)에 대여섯 자리,
그리고 다다미 방에 테이블 서너개 정도가 전부.

 

 

 

 

 

 

 

 

 

 

 

백발의 "스시 마스타-"는 다치의 손님과 간간히 말을 주고 받으며
묵묵히, 능숙한 능숙하고 세련된 동작으로 초밥을 만들고 있었다.

 

어렵사리 스시장인을 찾아온한 듯 엄숙한 분위기에 비해서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다.
스시셋트가 2000 에서 2500 엔 정도였으니 우리도 3만원 남짓!

 

 

 

 

 

 

 

 

 

 

 

일본친구가 이것저것 알아서 주문해준 스시가 나왔다.

 

스시의 맛은 단연 최고였다.
두툼하고 적당히 숙성된 생선회의 풍미와 씹는 맛도 일품이었지만,
무엇보다 내 혀를 놀라게 한 건 생선 아래의 하얀 "밥"이었다.

 

밥에 어떻게 초를 쳤길래 이런 맛이 나는 걸까, 한참 생각하게 할 만큼,
스시의 신세계였다.

 

지금까지 일본에 와서 한 접시에 100엔 하는 싸구려(?) 회전초밥만 먹으면서
"우리나라보다 가격대비 맛은 괜찮네"라고 기뻐했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우리 가족이 모두 스시를 좋아해서 이보다 훨씬 비싼 서울의 유명 스시집도 몇 군데 가 보았지만
이런 스시맛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스시의 종주국 답게,
가장 기초라 할 수 있는 "초밥"을 만드는 기본기가 탄탄한 것일까.
동부이촌동에 "보천"이라는 일본 우동집이 있는데,
그곳의 4천원짜리 김초밥의 맛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았다.
든 건 별로 없는데도 오묘하게 새콤한 간이 된 흰밥의 맛이 신비하게 매력적다.

 

완벽한 저녁식사로 3박 4일 여행 마지막 저녁을 완벽히 마무리.

 

 

 

 

 

 

 

 

 

 

 

이런 조그만한 식당들은 일본의 부러운 점이다.

 

대대로 가업을 잇는 일본의 독특한 장인정신은
식당 뿐 아니라 미용, 수공업, 식료품 등 전 분야에 걸쳐
100년 이상 대대로 변치 않는 장수기업, 장수가업을 만들어 냈다.

 

아무리 작은 동네, 조그만 식당이라도
자부심 가득한 주인이 몇 대째 오로지 맛으로만 승부해 온 곳이 수없이 많다.

 

사장이 곧 주방장이고
아무리 장사가 잘 돼도 자신이 맛을 직접 관리할 수 없다면 분점도 내지 않는다.
수백년이 지나도 맛이 변치 않는다.

 

 

 

 

 

 

 

 

 

 

 

 

 

 

 

 

우리나라는 프랜차이즈 천국이다.
우리나라에도 장인정신을 가진 식당들이 많이 있고,
일본에도 역시 요시노야,마츠야 같은 규동 체인이 동네마다 들어서 있지만,
영역과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김밥도, 설렁탕도, 감자탕도, 찜닭, 빵집 등등 뭐든 간에
뭐 하나 잘 된다고 하면 프랜차이즈가 싹쓸이해 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획일화된 맛은 거기서 거기고 음식을 만드는 정성도 기대할 수 없다.

 

최근엔 패스트푸드들처럼 똑같이 관리된 맛을 제공하는 떡볶이 체인점이
동네 골목의 떡볶이 노점들을 하나둘씩 몰아내고 있다.

 

 

 

 

 

 

 

 

 

 

프랜차이즈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표준화되고 관리되어 맛이 더 뛰어날 수도 있고 더 청결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아딸 떡볶이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만 먹길 바라진 않는다.

 

입맛과 기호를 충족시켜주는 일이
돈 많은 몇 개 기업의 손에 좌지우지되고,
효율성을 위해 우리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세상은 끔찍하다.

 

 

 

 

 

 

 

 

 

 

P.S.

우리 음식문화에 대해 하고 싶은 몇 가지.

 

 

1)식당에서 밥을 주문하면 십중팔구 꾹꾹 눌러담아놓은 공기밥을 준다.
주문하면 그때그때 밥을 퍼서 주면 안되는 걸까?
조금만 더 기다리고 애쓰면 눌리지 않아 더 먹음직스러운 밥을 먹을 수 있는데,
빨리빨리주의와 식당의 편리주의가 낳은 악습인 것 같다.

일본에서 밥을 먹다가 든 생각이지만,
생각해 보니 중국에서도 밥은 주문하면 바로 퍼서 줬던 것 같다.

 

2)

튀김처럼 간단한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 튀기자마자 먹으면 된다.
갓 구운 밀가루가 맛없을 수 없듯
갓 튀긴 튀김은 맛없을 수가 없다.

비록 허름한 분식집이라도 손님이 와서 주문을 하고 나서야 튀기기 시작하면 되고,
맛있는 튀김을 먹기 위해서는 주문을 하고서 몇분만 기다리면 된다.

 

어쩌면 당연한 사실인데
이런 튀김집은 맛집블로그에 등장할 만큼 특이한 존재라는 점.

 

길거리 노점에서도
언제 튀겼는지 알 수 없는 튀김을 기름에 "데워서" 주는 게 대부분이다.
이런 곳에선 그때그때 튀겨서 팔면 수지가 안 맞는 걸까...
아니면 대부분의 손님이 기다리기 싫어하는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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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
진짜.. 바로 집어서 입에 넣고싶어요... ㅋ
2012-07-30
00:44:08

[삭제]
관심
오오 멋지군요. 사장님의 자부심도 느껴지구요.
동네에 이런 장인정신이 있는 냉면집이라도 하나 버티고 있으면,
프렌차이즈 경쟁의 각박함 속에서 굳건히 견뎌주는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고 그렇네요.
2012-07-31
11:35:57
검은낙타
빨리빨리의 문화가 여전히 우리에 있는 거 같아요.
혹은 그런 유전자가 각인이 되어 있을 수도?? ㅎㅎ

이젠 조금 여유롭고 천천히 제대로 걸어가도 될텐데 말이죠

초밥의 비쥬얼이 저의 위장에 심각한 위기를 몰고 오고 있습니다.. ㅠㅋ
2012-08-06
00:44:39

[삭제]
준수
저도 이 사진 볼때마다 침이 꼴깍 해요.ㅋㅋ
그러게요 동네마다 이런 가게 하나씩만 있어도 참 좋을 텐데 말이죠..
맞아요 이제 조금 천천히 걸어갈 때도 됐는데 아직 빨리 달려온 관성이 남은 것 같아요.
점점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2012-08-06
19: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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