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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선진국을 여행하는 법
분류: 사누키
이름: 준수 * http://www.genijoon.com


등록일: 2016-12-04 08:42
조회수: 750 / 추천수: 76


제목 없음

 

 

시코쿠 섬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마츠야마

 

 

 

 

 

 

 

항해의 신을 모셔둔 곤피라 사원

 

 

 

 

앞서 언급한 "예쁜 시골 풍경" 외에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잘 사는 곳이라고 느끼게 되는 점은
"고운 노인들"이다.

 

젊은이, 직장인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 외에
백화점, 시장 등에서는 깔끔하게 차려입은 노인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백화점 지하 식품관은 곱게 단장하신 할머니들이 주고객인 것처럼 보일 정도다.

 

 

 

 

 

 

 

 

 

 

 

 

 

 

 

 

<마츠야마 성城>

 

여러 방면에서의 사회변화를 우리보다 수십 년 앞서서 겪은 탓인지 세대 간 공유되는 문화적 요소들이 제법 있고,
나이에 따른 생각 차이나 그로 인한 세대 갈등이 우리보다는 덜한 것 같다.

세대 간에 공유되는 문화가 극히 적고 공간에 따라 사용자의 연령이 구별되는 것을 경험해 온 한국인에게는
(한국에서는 나름 '젊은이들의 메뉴'인) 핫케이크나 '파르페'같은 음식을 드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붐비는 카페나
2-30대가 아버지 뻘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가장 큰 팬층이라는 것도 신기하고, 조금 부럽게 보였다.

 

 

 

 

 

 

 

 

 

 

 

 

 

 

<마츠야마 성을 오르내리는 리프트(!)는 일본스럽지 않게 안전장치가 허술해 보였다>

 

 

일본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리나라보다 여유로워 보이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노인층 빈곤율(중위소득 이하)은 50%로 OECD국가 중 앞도적 1위인 가운데
유럽국가들이 대체로 한자리 정도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일본은 19% 라고 한다.
OECD 국가 평균은 13%.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02/2015120201151.html)

 

 

 

 

 

 

 

 

 

하지만 꼭 바람직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60-70대가 누리는 연금생활의 풍족함은
비정규직이 다수인 30-40대의 막대한 연금부담으로 아슬아슬하게 지탱되고 있다.
고령화가 더 진행될수록 현 세대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 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에 대한 연금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노년층의 투표력 탓에 쉽지 않다고 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온 욕탕의 모델이 되었다는 <도고 온천>이 마츠야마에 있다.
300천 역사를 가진 온천이라고 하는데 19세기에 지어진 거대한 3층 목조 건물 자체가 큰 볼거리 같았다.>

 

 

지금 살고 있는 미국에서 이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은
장애인들이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공원, 쇼핑몰, 식당, 버스, 거리 등등 어디서든 휠체어 탄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미국은 차량 수가 워낙 많아 교통사고 절대량이 높다거나
세계 곳곳 전쟁터에 파견됐던 부상 군인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나라의 장애인 비율은 우리나라와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장애인이 유독 많이 보이는 것은 순전히
장애가 있더라도 바깥을 돌아다니는 불편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기 때문일 것이다.

 

 

 

 

 

 

 

 

1990년에 제정된 장애인 보호법(American with disabilities act)은
장애로 인해 대중교통이나 건물, 시설 이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이나 사업자들은 위반에 따른 줄소송이 무서워서라도
각종 공공 시설을 만들 때는 장애인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신경을 쓴다고 한다.

 

출입문은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 넓고
아주 작은 계단일지라도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간이 엘리베이터가 갖추어져 있다.
공공 건물에는 장애인 화장실을 따로 만들어 배려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일반화장실을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널찍하게 만들도록 규정해서 차별을 없앤다고 한다.

 

시내버스는 휠체어가 오르내릴 수 있는 탑승시설이 완비되어 있고
그로 인한 지간 지체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승객은 없는 것 같다.

 

 

 

 

 

 

 

 

 

 

 

대중교통 안의 풍경은 그 사회의 축소판 같다.
선진국의 버스는 선진국답고 그렇지 못한 나라의 버스는 그렇지 않은 이유들이 있다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느끼는 점이다.

 

한국의 버스와 지하철은 한국적이고, 일본의 버스와 지하철은 일본스럽다.

 

지금 꼭 하지 않아도 되는 통화나 스피커 켜놓고 동영상 보는 승객,
지하철에서 내리기도 전에 다짜고짜 밀고 들어오는 사람,
누가 새치기 할까봐 신경써야하는 마음 등으로 지친 한국인에게
일본 대중교통의 풍경은 새삼 신기하고 부러운 면모가 많다.

 

 

(예전 일본 여행기에서 질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에 대해 쓴 적이 있다.
  ttp://www.genijoon.com/bbs/zboard.php?id=jpcn&no=18)

 

 

 

 

 

 

 

 

 

 

 

 

 

 

 

우리는 왜 버스에서 내리려면 차가 멈추기 한참 전부터 비틀거리면서 하차문 앞까지 가야 하는가.
안내방송은 위험하니 버스가 멈추기 전까지 앉아계시라 친절히 알려주지만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가만히 있으라 말해놓고 선장이 가장 먼저 탈출하는 '극단적인 비극'까지는 안 가더라도
지금까지 하차준비를 미리 하지 않아서 곤란을 겪은 경험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시내버스처럼 버스가 멈추고 나서야 하차 승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으려면 꽤 많은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조금 꾸물거리는 사람도 기다려줄 것이라는 승객과 기사와의 믿음,
버스가 조금 붐벼도 다른 승객들이 흔쾌히 비켜줄 것이라는 구성원 간의 신뢰,
그리고 무엇보다 빡빡한 운행스케쥴에 쫓기는 기사와 버스회사와의 관계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정류장에 동시에 도착한 버스들이 나란히 서 있을 때
내가 겪어 본 일본의 기사들은 정확하게 정류장 표시판 앞이 아니면 절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혹시 먼저 타려는 다른 승객이 뒤에서 기다리는 버스까지 가서 탑승을 요청하지 않고
설령 버스가 저 뒤에서 승객을 다 태웠더라도 내가 서 있는 정류장 앞에 다시시 멈출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면 모두가 편리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승객들은 불안한 마음에 뒤쪽에 서 있는 버스까지 뛰어가야만 한다.

 

 

삼십분마다 오는 버스가 만원이 되었을 때
(우리의 기준으로는 다섯 명은 더 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기사님의 '다음 차 탑승 부탁드립니다'라는 점잖은 한마디에 마침 버스에 오르려던 승객은 바로 내려선다.
상냥하게 말해도 승객이 수긍하고 잘 들을 수 있는,
그래서 서로서로 친절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순환이 부러웠다.

 

 

 

 

 

 

 

 

 

 

 

 

 

 

 

미국 샌안토니오에서 도시 외곽까지 꽤 멀리 가는 (광역?)시내버스를 탄 적이 있다.
버스회사 안내인에게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더니
그건 도로 상황보다 휠체어 승객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동남아에서 자전거를 잠시라도 빌리려면 무려 여권을 맡겨야 하지만
일본에서 자전거를 빌릴 때는 나의 신분을 담보할 필요가 없다.
시코쿠에서는 대여요금도 고작 하루 200엔 정도,
처음에 한 번 여권을 확인할 뿐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면서 아무것도 맡기지 않는다.

 

신뢰가 있다면 수많은 절차와 번거로움을 생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에서든 사회에서든 구성원 간의 신뢰는 매우 소중한 것 같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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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최근 페북에서 '신뢰'라는 가치가 측정할 수 없는 경제적 환산 수준을 이야기하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위의 글처럼 일본에 대하여 감탄하는 부분은 그 신뢰에 대해 저변이 튼튼하다는 점이겠죠. 오키나와 여행을 앞두고 ferry를 예약했는데, deposit도 없는 그 예약에 관해 여행 2주전 주말 일본에서 해당 ferry가 수리로 인해 탈 수 없으시니 다른 편을 이용하셔야 할 것 같다는 안내 전화를 받고 놀랐던(같은 상황이 중국이라면 '아몰랑~'이라고 했을 것, 한국이라면 굳이 외국 여행객에게 영어로 전화를 해서 안내를 했을 리 없다는 점) 일이 기억납니다.
지난 기타큐슈 출장에서 일본 노인 복지 비즈니스 관련 내용이 포함되었는데, 우리는 따라가려면 아득할 그 노약자 및 장애인 복지제도에 대해서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 쉼없이 벤치마킹하는 그들의 노력에 감탄했습니다. 큐슈지역의 노인 비율이 30%에 육박한다는 지표에 얼마 걸리지 않을 우리의 초고령화 사회를 떠올리면 막막하고 걱정부터 앞서더군요. 돌이켜보면 일본을 여행할 때 어떠한 불편함도 두려움도 없었던 것은, 사회 인프라가 그러한 약자를 위한 배려가 충분히 갖춰진 덕분에 외국인에겐 그 문턱이 전혀 느껴지지 않겠거니 했습니다.
미국에 체류하시면서 일본 여행을 복기하며 한국을 바라보는 재미(혹은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저도 언제 미국땅을 밟아볼지(그 중에 그 넓은 대륙 어느메일지) 모르지만, 일본을 보며 또 우리를 봅니다.
2016-12-05
09:50:19
준수
안 그래도 쓰면서 최근에 키타큐슈 다녀오신 관심님을 떠올렸습니다 (혹시 지적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ㅎㅎ).
일본에서 한국 휴대전화로 연락을 해 온 건가요? 그렇다면 정말 놀랍네요....
그 페북 글 궁금하네요.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문화로 잘 사는 버젼이고 미국은 전혀 다른 문화의 선진국이라는 점에서 관찰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은 우리보다 조금 덜 잘 사는 나라에서, 체류는 선진국에서 지내보는 것이 배울 점이 많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막연한 생각으로는 유럽에서 1년, 일본에서 1년 정도 살아보고 싶은데 기회가 될 지 모르겠네요.
2016-12-06
03:16:31
5730
맞아요. 공중질서와 장애인을 대하는 법을 보면 그나라의 시민의식의 성숙도를 엿볼수 있는것 같아요. 저는 선진국을 많이 여행해보지는 못했지만, 호주 갔을떄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왜 안전벨트가 고장났는지에 대해서 수용하지 못하고 계속 컴플레인하는 외국인이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전좌석 안전벨트 의무화가 법제화되었지만, 선진국은 훨씬 전에 승객 모두는 안전벨트를 메야 한다는게 사회 통념으로 자리잡은 것 같았어요. 장애인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죠. 왜 우리나라는 패럴림픽을 중계하지 않을까요? 사실 가장 인간승리다운 경기는 페럴림픽일텐데 말이죠.. 장애인을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는 대중문화가 아직도 있는걸 보면.. 빨리 이 사회가 타인에 대해서 조금더 양보하고 이해할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네요..
2017-02-15
15:37:44

[삭제]
준수
저도 선진국보다는 주로 물가 싸고 편한(?) 나라들을 많이 다녀서 한국 정도면 정말 잘 사는 나라지.. 라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하는데, 또 잘 사는 나라에 가면 또 생각이 달라지고 그러더라구요. 조화로운 여행국 선정이 중요한 것 같네요.ㅋㅋㅋ
2017-02-16
00: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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