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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
분류: 몽펠리에
이름: 준수 * http://www.genijoon.com


등록일: 2016-03-06 22:24
조회수: 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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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없음

 

 

 

 

 

 

 

 

 

 

"우연히 처음 그곳에 갔을 때 '이곳에서 살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람을 사귀게 되는 일이나 어느 곳에 자리잡고 살게 되는 일이나 별 반 다를 게 없지요."

 

라고,
루시드폴이 홈페이지(물고기마음)에서 지금 살고 있는 제주의 어느 마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이곳에서 살게 될 것 같다"까지는 아닐지라도,
우연히 혹은 의도적으로 찾은 낯선 도시에서 우리는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여행지로 좋은 곳이 곧 살기 좋은 곳은 아니다.
반대로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해서 반드시 여행지로서 매력이 높은 것도 아닐 것이다.
여행하기 좋은 장소와 살기 좋은 장소란 서로 충분조건이 아니고 필요조건은 더더욱 아니며
때론 인과관계로, 때론 반의어로서 어색하게 엮여 있다.

 

 

 

 

 

 

 

 

 

 

 

 

 

 

 

 

 

며칠간 여행자로서 방문한 곳에서 "여기 좋다!"라고 느끼는 것과
그곳에서 최소 일년 이상 살고 싶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감정이 판단의 결과인 것 같다.

 

나에게 '방콕 여행'과 '방콕 생활'의 관계란 동의어와는 거리가 멀다.
내가 느낀 방콕이란
덥지만 느긋한 남국의 헐거운 분위기 속에서
친절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들 덕분에 가격대비 효용이 뛰어난,
'생활지'보다는 '도피처'로서 느끼는 즐거움이 큰 곳이다.

 

'방콕 여행'의 장점들은 고스란히 '방콕 생활'의 단점이 된다.
(이방인으로서 살아가는 어려움은 차치하고서라도)
휴양지에 어울리는 열대 기후는 일년 내내 무더운 날씨가 될 것이고,
크나큰 일탈이라도 한 것처럼 해 준 흥청거림은 생활자에게는 정신없음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 밖에도 대기오염, 낙후된 시설 등,
그래서 그런지 방콕은 내가 사랑하는 여행지임에도 그곳에서 살고 싶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인도, 중남미, 중동, 유럽 등 여러 나라, 여러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여행지로서 매력을 느끼고 즐거운 기억들로 채워진 된 장소는 수없이 많았지만
여행자로서 찾아간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느낀 장소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장래를 약속하고 사귀는 것보다 짧게 머물며 "인조이"만 하는 나쁜남자처럼 말이다.

 

 

지금까지 "살고 싶다"고 느낀 몇 안되는 도시를 꼽아보자면:

 

태국: 치앙마이

일본: 교토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 (겪어보지 않은 겨울은 혹독하다고 하니 여름 한정일지도 모르겠다)

 

 

 

 

 

 

 

 

 

 

 

 

 

 

 

 

 

 

여행지로서 훌륭했던 도시들,
그래서 꼭 한 번 다시 가 보고 싶은 장소들도
번잡함, 물가, 음식, 치안, 무료함 등 이런저런 결격사유들로 하나둘씩 지워나가다 보니 결국 이 정도가 남는다.

 

볼거리, 음식, 분위기, 사람 등 수 많은 조건들이 'OR 관계로' 중 단 하나라도 만족하면 대체로 좋은 여행지로 기억되는 반면
그 감정이 "살고 싶다"까지 고조되기 위해서는 모든 항목들이 'AND'조건으로 모두 만족해야 하니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추가된 곳,
프랑스 몽펠리에(Montpellier)다.
(현지인의 발음에 따르면 "몽뻴뤼예" 정도 되겠다)

 

내가 "살고 싶다"고 느낀 도시들의 공통점은 "적당함"이다.
너무 대도시도 아니고 너무 작은 마을도 아닌 "적당한 크기",
너무 북적거리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이방인을 낯설어하지도 않는 "적당한 유명세",
그리고 "적당한 볼거리"와 "적당한 놀거리",
설명하기 애매하지만 아주 중요한 "적당한 개성".

 

 

 

 

 

 

 

 

 

 

낯선 도시의 크기는 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외부인이 한 도시에 애착을 갖기 시작하는 시점은
 그 도시의 도로망을 완전히 이해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한다.
 그 이유는 자신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인식이 안 되면 길을 잃기 쉽고 공포감을 느끼게 되며,
 그러면 주변을 즐길 여유가 없이 경계만 하기 대문이다."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중에서

 

 

뉴욕, 도쿄, 파리,로마, 방콕, 리마, 리우 데 자네이루 등의 거대함은 이방인을 기죽인다.
시간별 계획을 세워도 다 찾기 어려울 만큼 볼거리가 많고,
다른 장소로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지도를 보고 이동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마르세유에 있다가 아비뇽에 도착했을 때 왠지 모를 안심이 됐던 것처럼,
토스카나 소도시들에 있다가 로마에 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됐던 것처럼 말이다. 

아이돌 콘서트처럼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애정공세가 익숙한 이 도시는
나같은 사람에게까지 나누어 줄 관심과 애정은 없는 것 같아 괜히 주눅이 든다.

 

그렇다고 너무 작은 도시는 오래 지내기에 조금 지겨울 것 같으니
적당한 크기, 애매한 규모의 도시가 마음이 편하다.

 

 

 

 

 

 

 

 

 

 

 

 

 

 

 

 

 

나에게 이상적인 사이즈는 딱 치앙마이 정도다.
지도 보지 않고 '우리동네'처럼 돌아다닐 수 있는 골목골목이 개성 넘치고
도시 크기에 비하면 문화적으로 아주 풍요롭다.
교토는 인구 100만의 대도시기는 하지만
규모에 비해 도시가 차분하고 어디에 있는 외롭지 않은 느낌이라서 마음이 편했다.

 

 

 

 

 

 

 

 

몽펠리에는 치앙마이와 인구가 비슷하다 (3~40만)
프랑스 남부 지중해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유서 깊은 도시로
몽펠리에 대학교를 비롯한 학교들 때문에 인구 절반 이상이 34세 이하의 젊은 도시다.
그래서 골목골목 도시의 분위기는 시간에 낡고 손길에 닳은 중세도시지만 활기가 넘친다.

 

무엇보다 그 활기의 원천이 모처럼 일상을 벗어난 관광객들의 흥청임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일상 속에서 즐기는 여유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 나처럼 소극적인 이방인의 마음에 든 것 같다.

 

 

 

 

 

 

 

 

 

 

 

 

 

 

 

 

 

 

 

크기가 적당해서 구시가지 안에서는 지도를 보지 않아도 길 잃을 염려 없이
이방인도 현지인처럼 능숙하게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마음 편한 곳이었다.
중앙광장 격인 코메디 광장은 밤낮으로 눈이 부시고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골목골목은 고풍스럽고 우아한 건물과 여유로운 노천카페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 역시 여행의 목적지로 온 곳이 아니라
학회 참석을 위해 일주일 정도 머물게 된 도시라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매일 아침 역앞 숙소에서 출발해서 코메디 광장을 지나 공원을 가로질러 학회장으로 향했다.
광장 초입에서는 매일 같은 빵집에 들러 크로와상 두개와 빵오쇼콜라 하나를 사서 학회장에 도착해 커피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늦은 오후 학회 끝나면 아침과는 그림자 방향이 반대가 된 공원을 다시 갈로질러서 코메디 광장 노천카페로 향했다.
커피나 와인, 맥주를 한 잔 마시면서 사람 구경을 한 다음에는 방향을 돌려 발길 닫는 대로 골목길을 산책했다.
몽펠리에에서 제일 즐거운 일은 여기 사는 사람인양 반복하던 '일상'의 루틴이었다.

 

 

 

 

 

 

 

 

 

 

 

 

 

 

 

 

 

최근 유행어인 듯 전염병인 듯 퍼지고 있 "헬조센'론은
이곳만 탈출하면 어디든 "헤븐"인 것처럼 자조적으로, 때론 위악적으로 이야기하지만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최근 내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에 분노하고
이 나라의 미래, 특히 그 미래를 짊어질 세대의 앞날이 몹시 걱정되기는 하지만
그 해답이 '탈출'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어느 사회든 그 사회만의 사회적 모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몽펠리에의 프랑스를 비롯한 북유럽, 일본, 그 어떤 나라도
지금 대한민국에서 사는 현실보다 활실히 큰 행복을 가져다 줄 유토피아는 될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 점에서 여행의 목적이 "살고 싶은 곳"을 찾는 과정일 수는 없다
그곳이 배울 점 부러울 점 많은 선진국이든,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 싶은 후진국이든 관계없이,
다만 여행지에서 학습한 행복의 경험들을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힌트를 찾을 수 있다면
여행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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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예전에 여행에서 만난 한 여자분이(은행 다니다가 퇴사하고 장기여행중이었죠)
평생동안 한 곳에 1개월씩 살며, 이곳 저곳 옮겨다니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낯선 곳에서의 설레임과 익숙하고 편한 곳이 주는 안정감 사이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게 여행의 묘미구나...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돌이켜보면 '아... 여기서 한 1년만 살고 싶다' 느낀 곳이 꽤 있는데, 그저 마음이 동해서 터뜨린 감상에 불과하지 않았나 자문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생긴 보수성일지, 아니면 20대 때는 몰랐던 나 자신을 잘 알게 된 것일지, 냉정하게 제 안의 저에게 질문을 하는거죠. "인생의 8할 이상을 서울에서 살았는데, 서울 이상의 곳이 너에게 있을까?"라고 말이죠^^
2016-03-09
11:17:33
준수
저도 예전에는 "살고 싶은 곳"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역시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활에서의 보수성이 짙어져서 결국 지금 마음으로는 저 정도 밖에 남지 않는 것 같아요. 한달씩 사는 것도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최대 1년 정도지, 그 이상은 또 큰 에너지 고갈이 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ㅋㅋ 하여간 점점 그리 소중하지 않은 일상에 매달리게 되네요.
2016-03-09
19:09:32
토끼궁둥이
살고 싶던 곳이라... 저는 장소보다도 오늘은 뭘 먹지, 어딜갈까? 하는게 고민의 전부였던 여행자 신분이 마냥 좋았던 것 같아요. 그 신분이라면 여기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공기 맑은 제주도 같은 곳에서 살고 싶지만요!
2016-03-18
17:22:43
온니원
책은 언제 나와요?? 책으로 만나고 싶어요 ^^
2016-03-25
10:21:17

[삭제]
준수
맞습니다! ㅎㅎ
아무리 살고 싶다고 해도 여행할 때가 제일 좋을 것 같아요.
2016-03-26
06:13:25
준수
기다려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ㅎㅎ
아마도 5월 6월 경에 나올 것 같아요
2016-03-26
06:13:45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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