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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여행자의 이기심
분류: 앙코르와트
이름: 준수 * http://www.genijoon.com


등록일: 2015-05-31 23:14
조회수: 1293 / 추천수: 94


제목 없음

 

 

 

앙코르와트 외곽에 있는 프레아칸(Preah Khan) 출구를 빠져나온 나를 발견하고는
저 멀리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아이들.

 

2개에 1달러 하는 자석 기념품과 10장 묶어 1달러인 엽서 뭉치를 내민다.

 

 

 

 

 

 

 

 

 

 

 

아이다운 해맑음과 장사꾼의 노련함이 반반 섞인 표정의 아이들은
일년 내내 끊이지 않는 다양한 인종의 외지들을 보면서
지구 반대편 누군가의 가장 가고 싶은 장소이기도 한 '우리 동네'의 전세계적 유명세를 짐작할 뿐
어릴 때부터 보아 온 집 근처 오래된 돌무더기의 고고학적 가치와 예술적 완성도에는 관심 가질 여유가 없을 것이다..

 

 

 

 

 

 

 

 

 

 

 

 

 

 

 

 

여행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알고 있을만큼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많은 글과 영상들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인류의 유산이라 부추기는 곳.

 

하지만 현지물가에 비해 터무니 없는 입장료를 받으며
가난한 현지인과 돈 쓰러 온 관광객이 물과 기름처럼 완전히 분리되는 곳.
앙코르와트, 타지마할, 마추픽추처럼 가난한 나라가 가진 '슈퍼스타'급 관광지의 불편함이다.
적은 돈으로 몸이 편해질 수 있는 것만큼 마음이 불편해지기 쉽다.

 

 

 

 

 

 

 

 

 

앙코르와트를 둘러보는 개별여행자들은 주로 뚝뚝을 대절하는데
하루 종일 뚝뚝을 전세내고 마음대로 타고 다녀도 10달러가 채 들지 않는다.

 

혼자든 셋이든 뚝뚝 요금은 큰 차이가 없어서
혼자 대절하는 것은 그만큼 부담이 커지는데
더 많은 돈을 쓰면서도 마음은 한층 더 불편해진다.

 

 

 

 

 

 

 

 

 

 

 

 

 

 

 

 

택시라면 나란히 앉아가면서 이야기라도 할 수 있을텐데
기사 부리는 사장님처럼 혼자 뚝뚝 뒷자리에 편히 앉아서
하루종일 뚝뚝 기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았다.

 

유적지 입구에 나를 내려주고는 시간 약속도 정하지 않고 하염없이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밥은 챙겨 먹는지, 나를 기다리면서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지 못했다.

 

 

 

 

 

 

 

 

 

 

 

 

 

 

 

 

 

앙코르와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수상가옥으로 유명한 똔레삽 호수를 가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였다.
캄보디아의 빈곤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곳의 풍경을 얼핏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유한' 외국인으로서 그들의 일상을 '구경'한다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들 것 같아서 겁이 났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방인이 바라보는 눈길 자체가 그들에게 폭력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
혹은 내가 가진 기준으로 그들의 삶을 '불행'이라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자비로운 식민주의자'의 시선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도 떨치기가 어려웠다.

 

 

 

 

 

 

 

 

 

 

 

 

 

 

 

 

 

 

다른 이를 배려한다는 생각이 결국 스스로 윤리적인 만족감을 채우는 것으로 끝나버린다면
흙탕물로 밥을 짓는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람들과 그것이 싫어 가지 않은 나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일회성 방문으로 그들의 생활을 바꿀 능력도 의지도 없는 단기 여행객으로서
'자비로운 식민주의자'의 가면을 벗는 것이 어렵다면
'이기적인 여행자'의 마음을 버리는 것은 좀 더 쉽지 않을까.

 

 

오랜만에 떠난 인도 여행에서 '이제 인도도 변했네' 라고 말하는 것은 여행자의 이기심이다.
몇년에 한 번 찾는 장소와 사람들이 내 추억 속의 테마파크처럼 그대로이길 바라는 것은 이기적인 마음 같다.

 

 

 

 

 

 

 

 

 

 

 

 

 

 

 

 

 

우리보다 생활수준이 낮은 여행지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철 경춘선은 물길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던 옛 경춘선의 운치를 잃어버렸다고 비판하는 '여행자'의 마음도 비슷하다.

 

터널구간이 많아 경치가 없고 찍어낸 듯한 기차역이 휑한 벌판 위에 솟아 있는 전철 경춘선은 분명 '운치'가 덜해졌지만
매주 서울에 가야 할 일이 있는 경춘선 주변 주민들의 편리함을 생각한다면
일년에 한 두번 경춘선을 타는 사람에게는 그런 판단을 할 자격이 없는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앙코르와트  주변사람들이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워서라도 지금보다 좀 더 잘 살고, ('잘 산다'는 것 자체가 주관적이지만)
닳고 닳은 표정으로 외지인들을 상대해서라도 더 많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그들에게 더 나은 방향이라면,
일생 한 두번 그곳을 찾는 외지인에게 여행지로서의 호기심과 매력이 사라지더라도 끊임없이 '변하길' 바란다.

 

괜한 오지랖인지도 모르겠다.

 

 

 

 

 

 

 

 

 

 

 

 

 

 

 

 

 

씨엠립은 앙코르와트와 여행객들을 위해 존재하는 도시다.

 

시내 중심의 "펍 스트리트"의 풍경은 카오산로드처럼 흥청이고
한켠에 흐르는 작은 강 주변의 노점과 들떠 있는 모습은 치앙마이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아마도 이 나라의 평균적 일상과의 모습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캄보디아에서 제일 깨끗하고 번듯한 마을일 것이다.

 

이 도시만 보고 캄보디아를 보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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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이소라
좋은글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2015-06-02
08:21:06

[삭제]
준수
저도 감사드립니다!
2015-06-02
09:16:23
김남진
한 50번쯤 들어오면 한번의 새글이 올라오는군요. 기다림만큼이나 잘 봤습니다.
2015-06-04
22:53:57

[삭제]
준수
아이고 그렇게 자주 오시다니! 감사합니다
반성해야겠네요~
2015-06-05
13:11:29
라임
준수님과 같은 학번으로 대학시절 자주 들어와보았던 홈페이지가 5년여만에 기억나 다시 찾았습니다. 그간 수많은 여행기들이 올라왔고 읽을 거리가 가득하네요. 저도 6년의 직장생활동안 일에 치여 여행이 의무가 되고 설렘보다 추억이 더 많은 30대가 되었어요. 준수님의 솔직담백한 글을 읽으며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아요. 앞으로도 자주 들를게요. 화이팅 ^^!
2015-06-08
12:56:27

[삭제]
준수
안녕하세요. 살다가 문득 생각나서 오랜만에 다시 찾아오신 손님 특히 참 반갑습니다.
제 여행기 업데이트가 매우 느리지만 5년만에 오셨다면 그래도 꽤 많이 새로운(?) 글들이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ㅋㅋ
어쨌든 반갑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5년보다는 좀 더 자주 오시면 더 좋겠네요.하하
2015-06-08
13:57:02
에스뗄
준수님
예전글 보다 요즘 글에서 느껴지는 부분이 참 착한 분이신 듯..ㅋ
특히 맛사지 받고있는동안 내몸은 편한데 맘 한켠에선 불편함이..
그래서 팁을 좀 넉넉히 챙겨 주려해요.팁이라봐야 2-3000원인데..
내가 쓸거 좀 줄이더라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들 덕분에 내 여행이 행복해지니까..
넘 빡빡하게 대하지 말자고..
라오스 야시장서 한국여자애들 여러명이 얼마까지 깍았는데 더 깍아야겠다고
깔깔거리던 모습이 별루 좋아보이진 않았어요.
깍는 재미가 있다지만 어느정도 자신이 합리적이라 느끼면 선택하는것이 좋을듯..
아주 큰 바가지가 아니라면 장사가 남자고 하는건데..
일이 없는 뚝뚝 기사는 더 슬펐을듯..대신 요금 외에 약간의 팁좀 드리면 더 행복해 하실듯 ..
참!
마지막 두번째 사진처럼 예쁜 선셋을 전 언제나 만날지 모르겠어요 ㅎ
2015-07-07
11:45:47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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