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saf



제목: 타인의 취향
분류: 방콕
이름: 준수 * http://www.genijoon.com


등록일: 2014-09-06 13:55
조회수: 3712 / 추천수: 80


제목 없음

 

 

 

 

 

 

 

 

<일요일마다 열리는 짜뚜짝 시장>

 

 

 

주변에 폴 오스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쯤 될 것 같지만
실제로 그의 책은 생각보다 별로 팔리지 않는다고,

팟캐스트 <빨간 책방>에서 이동진, 김중혁, 김영하씨가 이런 대화를 나누며 서로 공감했었다.

 

취향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끼리 가깝게 지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내 주변의 편향된 작은 표본이 전체를 대표하지 못하는 것이다.

 

 

 

 

 

 

 

 

 

 

 <구아바 구아바>

 

하지만 평균에서 한참이나 동떨어진 집단이 될지언정
폴 오스터, 혹은 그런 기호의 대상을 함께 좋아하고 얘기할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흘러가는 시간만큼 뚜렷해지는 취향이 곧 나의 정체성이 되어간다.
사소하게는 취미생활에서부터 거창하게는 삶에 대한 가치관까지

내가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 거쳤던 수많은 시행착오들,
지우고 덧 쓴 그 횟수만큼 나의 영역을 둘러싸는 울타리가 높아지고
주변 사람들과의 교집합이 좁아진다.

 

 

 

 

 

 

 

 

 

 

 

 

 

 

 

 

 

나는 음악, 책, 술이 행복한 인생의 '세 가지 뮤즈' 라고 말하지만
내 주변에는 이 셋 중 하나도 공유하지 않고도 나와 가깝게 지내는 사람도 많다.

물론 술은 입에 안 대고, 음악도 안 들으며, 책 한 권 안 읽으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수없이 많은 것은 물론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꾸준히 독서와 음주를 하며 국내 인디음악을 주로 듣지만
주변에 이런 취향을 공유하며 이야기 나눌 사람은 별로 없다.
둘 이상의 주제를 넘나들며 대화할 수 있는 상대는 더욱 귀하다.

 

 

 

 

 

 

 

 

 

 

 

자리와 구성원에 따라 대화의 주제와 양상은 물론 나의 역할과 캐릭터도 극적으로 달라지지만,
가끔은 맥주를 마시며 예컨대 '폴 오스터'와 '페퍼톤스의 라이브'와 '남자 홀로 태국 여행'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도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한편, 나와 취향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상대는 관심없는 자신의 취향에 대해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의 힘겨움은
전자의 기쁨보다 절대값이 훨씬 큰 음수다.

 

객관적 사실에 대해서 쉽게 단정하고 확신하는 사람을 경계하고
주관적인 취향과 가치판단적 기준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경원한다, 라고

잘난척하듯 쓰고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지 않으려 의식하며 살고 있지만 가끔씩은,
이런저런 취향 속의 경험들 사이에서,

 

'아, 이거 정말 좋은데, 왜 주변 사람들은 안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좋은 것 어디 가서 소문내고 모두에게 알려 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운 시간.

 

 

 

 

 

 

 

 

 

 

 

새로 나온 앨범의 트랙들을 차례로 들을 때의 설렘,
(김중혁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이어폰을 심장을 꽂은 것 같은 순간,
무형의 소리가 가슴 속 어딘가를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면
"멜론 탑 100"만 주구장창 듣는 친구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루시드폴과 페퍼톤스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건방진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그냥 흰 종이에 인쇄된 활자들의 모음일 뿐인데,
살아 있어서 좋구나! 라는 거창한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이 세상엔 평생 봐도 다 읽을 수 없을 만큼의 책이 있다는 사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종신보험보다 훨씬 안심을 준다는 것,
문자 그대로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온몸으로 따라가며
적어 놓은 싶은 문장과 무릎을 치는 표현들을 만나고 난 후에 보는 세상은 전과 같을 수 없다고,
책은 '영혼의 양식'이며 책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순진하게 믿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기적을
일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게 일일히 설명해 주고 싶은 오만한 순간이 있다.

 

 

 

 

 

 

 

 

 

아, 이거 정말 좋은데!!

 

 

 

 

 

 

 

 

 

 

 

 

 

 

 

 

 

 

 

하지만 어디까지나 타인의 취향은 타인의 것

나의 취향은 나의 것.

 

나도  누군가에게 '인생의 뮤즈'일 수만 가지 취향들에 무감하긴 마찬가지다.

나는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를 아직 잘 모르고,
클래식 음악에서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당구의 심오함을 전혀 맛보지 못했으며,
땀 흘리는 운동의 성취감도 별로 즐기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의 바다에는 발끝도 적시지 못했고,
춤추는 취미도 없고 재즈의 세계에도 문외한이다.
등산과 싸이클 같은 취미도 전혀 엄두를 내지 못 한다.

 

 

타인의 취향은 타인의 것

나의 취향은 나의 것.

 

 

 

 

 

 

 

 

 

 

 

 

 

 

 

 

 

 

 

 

 

 

 

나에게 여행은 '술, 독서, 음악' 세가지 즐거움이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시간이라 좋다.

여행에서 마시는 맥주는 이유 없이 서울의 맥주보다 훨씬 맛있다 (술은 기분 탓이니까).
낯선 풍경 속에서 읽는 책은 항상 과대평가되고,
기차의 덜컹이는 리듬이 추가된 음악은 가산점을 받는다.

 

삼위일체처럼 세 가지 즐거움이 완성되고
버스의 창밖을 바라보거나, 멍하니 앉아 사람 구경하고 있을 때처럼 아무 특별한 것 없는 순간에
삶에 대한 탐욕' 같은 것이 솟구치는 순간이 있다.

 

돈과 시간이 있어도 여행가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정말 좋은데 이거..
설명회를 열 수도 없고 이거...
라는 터무니 없는 나르시즘적인 순간.

고백컨대 가끔씩 있다.

 

 

 

 

 

 

 

 

 

<왓 아룬 사원>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는 만큼 꼭대기 전망이 좋다.

 

 

 

 

 

 

 

 

 

 

 

 

 

-답글달기   -추천하기     -목록보기  
earthqua
ㅎㅎㅎ 이거 진짜 좋은데 왜 안하지 하는 사람들의 최고봉은 지하철역 등에서 불신지옥 예수천국 외치는 사람들이 아닐까 한다 .
머 한편으론 그들이 이해되기도 하고 ㅎ
2014-09-09
01:22:26

[삭제]
준수
그러게. 그러고 보니 그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하네.
나는 더욱 속으로만 좋아해야지, 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ㅎㅎ
2014-09-10
21:06:41

[삭제]
heeya
얅게나마 가끔 방문하고 있는 애독자입니다. 이번은 동유럽 여행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들렸어요 :) 사진기 스펙과, 장소와 상관없이 멋진 사진 보여주고 있는 준수님 응원합니다!
2014-09-11
11:16:15

[삭제]
관심
ㅠㅠ 나름 장문의 댓글을 적었다가 '이름'을 적으라는 페이지가 뜨며 다 날리고 허탈감과 오기로 다시 적습니다 ㅠㅠ
마지막 사진 너무 좋습니다. '이거 정말 좋은데, 어떻게 설명하지?"란 마음을 묘하게 분출하는 순간? 다시 가볼 생각 없었던 방콕을, 왠지 가봐야 할 것 같은, 내 취향 아니라고 굳게 마음 닫았던 영역이, 그 울타리가 묘하게 부서지며 열리는 기분이 듭니다.
diary 페이지에도 언급한 영화 begin again에서요, 댄이 그런 얘기하잖아요."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그런데 영화적으론 공감이 가는데, 제 마음 한 켠에서 '저거 다 허세야, 허세~'하며 코웃음 치는 것 느끼며, 감성이 바스락바스락 부서지는 낙엽마냥 매마른게 아닐까 묻게 되네요^^ 돌이켜보니 준수님의 책/음악/알콜과 여행이란 이야기 중에 저는 책은 론니 플래닛을 제외하곤 몇 권 펼쳐본 적이 없고, 음악 역시 왠만해선 이어폰을 껴본 적이 없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 여행이란 시공간에 다른 이물감이 느껴지는 걸 철저히 거부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그러면서 술은 왜그리 퍼마셨는지 ㅠㅠ) 그래도 문득 저의 그 여행 취향에도 담벼락을 낮출 필요를 느끼네요.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말이죠^^(술은 줄이고)
나의 취향, 타인의 취향, 내 것일 뻔했던 타인의 취향.... 나와 같은 취향임에도 상대의 취향 고백에 느껴지는 기묘한 거부감이나, 내가 죽을 때까지 좋아할 리 없는 취향임에도 그 진정성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는 타인의 취향까지, 많은 생각이 교차합니다...
ㅠㅠ 날린 거 다시 써봤는데, 아까 것이 더 잘 쓴 거 같아요 ㅠㅠ
2014-09-11
11:53:28
김혜인
폴오스터 저도 참 좋아하지만, 즐겨 읽게 되진 않더라고요. 생각을 많이 해야 되서 그런가...
그리고 취향의 공유는 '안될놈은 안되'더라구요. 대표적으로 우리 남동생. 저도 맥주 음악 책을 좋아하지만 남동생과 함께한 태국 여행에서 얘는 심드렁하게 짐꾼이나 하다 돌아왔었어요. 내 취향의 주입식 교육도 실패했었습니다. ㅋㅋㅋ 아-삼실에 앉아 있노라니 코끼리가 그려진 창비어 참 마시고 싶네요. 사실은 맥주를 마신 꼬창이 그리워요 ㅠ
2014-09-11
12:06:08

[삭제]
준수
아 죄송합니다. 홈페이지가 구식이라 가끔 이상한 이유로 글이 날라가요ㅋㅋ (저도 가끔 당함)
말씀 듣고 나니 이 글이 보편성이 많이 떨어지는 다분히 개인적인 글인 것 같다는 반성이 드네요. '타인의 취향은 타인의 취향'이라는 쉴드를 치기는 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것만 이야기한 것 같다는!ㅎㅎ
제 주변의 어떤 집단보다 이 홈페이지에 오시고 글 남겨주시는 분이 '취향'면에서는 저와 가장 가까운 것 같지만 듣고 보니 이렇게 다르군요. 하하하.
관심님의 댓글은 날리고 다시 써고 고품격입니다.ㅋㅋ
2014-09-15
23:41:28
준수
혜인님 댓글을 보고 또 이 글의 오류를 하나 발견했는데,
제가 폴 오스터를 아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ㅋㅋ
같이 좋아하는 어떤 대상의 예를 든 것이었어요. 저도 폴오스터를 적당히 좋아하지만 아주 팬인 건 아닙니다!
취향이 전파될 수는 있지만 결코 의도적으로 전달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전 싱하비어가 더 좋던데 (창 비어가 더 싸지만! ㅎㅎ) ,, 태국 남쪽 섬들도 가보고 싶어요.
2014-09-15
23:47:12
에스뗄
루시드폴 좋죠! 근대 쇼팽도 좋아요!
준수님의 글을 읽다 보면 가끔
쇼팽 에튀드 Op.10-1..요 곡이 떠오를 때가 있어요.
이 곡이 주는 느낌과 준수님의 이미지가 겹쳐져요.
주관적인 생각 ^^
2014-09-16
16:20:43

[삭제]
준수
제가 클래식은 문외한이라 찾아서 들어보았습니다ㅋㅋ
'에튀드'가 연습곡이라는 뜻인 줄도 처음 알았네요.
'승리'라는 부제가 있던데 엄청 현란한 곡이군요. 하하
2014-09-21
20:56:48
에스뗄
들어보셨군요^^
클래식음악을 안좋아한다도 아니고 감동을 못 느끼신다하셔서
살짝 서운한 느낌..! 제가 퍄노하는 사람이라 ㅎ
사실 저도 넘 어려운 교향곡들엔 감동 못느껴요. 감동을 느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듣기도 ㅋ
근대 전 이 곡의 제목을 왜 승리라고 했는지 공감을 못해요.
제가 느끼는 감정은 달라서..
오른손의 화려한 아르페지오가 내면에 열정을 가득 안고 있다면
왼손 타법이 그 열정을 꾹꾹 막는듯한..터질듯 터질듯하다 끝내는 이성이 열정을 막아버린듯해요.
그래서 저에겐 차갑고슬프게 들려요.쇼팽과도 추운 겨울의 바르샤바와도 닮아있는듯 해요.
화려하지만 외롭기도하고 ..수수하지만 뜨거운 피가 흐르기도하고..
이 곡은 아쉬케나지 연주로 들으셨어야 하는데ㅎ
그래도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2014-10-13
22:51:10

[삭제]
준수
하하 감동을 못 느낀다기 보다는 잘 모르는 거겠죠?
아 곡 해설이 AM 라디오에서 듣는 차분한 목소리의 선생님 같습니다ㅋㅋ
덕분에 어떤 점에서 저의 이미지와 겹친다는지 조금 알 것 같군요.
그냥 유투브에서 제일 위에 나오는 영상을 봤는데 지금 찾아보니 '아쉬케나지'였어요! 하하
2014-10-14
15:42:05
토끼궁둥이
책 읽기를 좋아하지만, 이제서야 일리아스를 읽기 시작했고, 술을 좋아하지만, 맥주보단 소맥을 좋아하고(물론 국내에 있을 떄를 제한적으로.. ㅋㅋ) 음악을 좋아하지만 멜론 100도, 인디음악도, 클래식도 아닌 그떄그떄 기분에 따라 좋은 음악이 달라지는 저는 준수님과 취향이 비슷한건가요 ? 아니면 전혀 다른 건가요?
물론 여행, 엄청 좋아하죠. 국내 국외 가리지 않고... 다만 겁쟁이라 아직 혼자 여행은 그저 꿈만 꾸는 여자사람이입니다. ㅋㅋㅋ
2015-02-16
13:40:27
  ~의견을 남겨주세요.

 
  이름(별명)  비밀번호   
-답글달기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분류 제목 등록일 조회
공지 -  태국-캄보디아 여행기 2014-08-17 940
20 방콕
 에필로그: 일상의 관성  14
2015-10-25 1313
19 방콕
 겨울의 방콕 식도락  4
2015-10-11 1223
18 치앙마이
 치앙마이 사람들  5
2015-09-30 1321
17 방콕
 마사지의 마음  13
2015-09-07 1016
16 앙코르와트
 앙코르와트 구경  20
2015-08-15 1705
15 방콕
 여행의 분인(分人)  10
2015-07-17 1409
14 방콕
 공학자처럼 여행하기 (재미없음 주의)  9
2015-06-29 1527
13 앙코르와트
 캄보디아 식도락  9
2015-06-07 1675
12 앙코르와트
 여행자의 이기심  7
2015-05-31 1295
11 앙코르와트
 동남아의 향기  9
2015-03-23 2715
10 치앙마이
 심심함의 종말  13
2015-03-01 1971
9 치앙마이
 치앙마이 식도락  14
2015-02-02 4781
8 치앙마이
 타이 쿠킹 스쿨  13
2015-01-11 2560
7 치앙마이
 어른여행자  28
2014-12-22 2269
6 방콕
 선행학습  10
2014-12-02 1840
5 방콕
 방콕 식도락  10
2014-11-10 2249
4 치앙마이
 낮과 밤의 이기주의  11
2014-10-19 1949
3 방콕
 시암과 카오산  11
2014-09-28 2183
방콕
 타인의 취향  13
2014-09-06 3712
1 방콕
 프롤로그: 지구 반대편을 기억하는 법  22
2014-08-18 2357
-목록보기  
1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DQ'Style 

Copyright ⓒ 2003-2015 genijo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