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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낮과 밤의 이기주의
분류: 치앙마이
이름: 준수 * http://www.genijoon.com


등록일: 2014-10-19 23:43
조회수: 1948 / 추천수: 97


제목 없음

 

 

 

 

 

 

 

 

 

낮에는 남 신경 안 쓰고 혼자 다니고 싶지만
밤에는 맥주 한 잔 같이 할 상대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

 

'홀로 여행자의 딜레마'
같은 것이 아닐까.

 

 

 

 

 

 

 

 

 

 

 

 

 

 

 

 

밤낮 무관 동행과 함께하는 여행을 선호하는 사람이나
낮이든 밤이든 혼자인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여행자에겐 고민거리가 되지 않겠지만,
함께 혹은 혼자서 여행을 떠나기로 하는 것은 대체로
자유와 심심함,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가치판단의 결과일 것이다.

 

밤에는 조금 심심할지라도
눈치 안 보고 내맘대로 할 수 있는 낮의 자유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혼자하는 여행의 이유겠지만
홀로 여행객에게는 여전히 이기적인 마음이 있다.

 

 

 

 

 

 

 

 

 

 

 

 

 

 

 

 

낮에는 혼자 다니고 밤에는 놀아달라는 이기심과
필요할 때 누군가를 찾지만 혼자 있고 싶을 때는 아웃사이더가 되고 싶은 기회주의.

 

에세이집 '너의 세계를 스칠 때'를 쓴 뮤지션 정바비씨라면 이 상황에 대해
"몸만 주고 마음은 주지 않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지독한 이중성과 기회주의적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현재 우리사회에서 섹스파트너 관계보다 홀로여행자에 대한 시선이 덜 가혹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라고 말했을 것 같다. (혼자 빙의)

 

 

 

 

 

 

 

 

 

 

 

 

 

 

 

치앙마이에서 썽태우 (합승트럭?)를 타고 2~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도이수텝' 사원이 있다.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사원도 볼만하지만 산 중턱에 있어서
치앙마이 시내를 시원하게 내려다 볼 수 있는 조망도 좋은 곳.

 

 

 

 

 

 

 

 

 

 

 

 

 

 

 

 

 

치앙마이 동물원을 출발하여 산길을 올라가는 썽태우에서
맞은편에 혼자 온 것 같은 인상 좋은 서양인 남자에게 말을 걸어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얘기를 건네지는 않았다.
하지만 차에서 내리고 사원으로 향하는 계단의 초입에서 그 남자가 내게 말을 걸어왔을 때는 오히려 난감해졌다.
긴 계단을 올라가면서 얘기를 하다 사원 주변을 함께 둘러보며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지만,
여행 중에 다른 사람의 페이스에 신경을 쓰는 것이 금새 불편해졌다.

 

이 풍경을 더 바라보고 싶을 때 동행인이 먼저 다른 곳으로 향하면
나도 따라서 발걸음을 옮겨야 하나 눈치봐야 하는 것이 싫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사원 내부에서 뻔뻔한 '미필적 고의'로 그 사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신발 속 조그만 돌멩이를 털어버리듯 가슴 한켠의 불편했던 조각이 시원하게 사라지고 나자
새파란 하늘 아래 눈부시게 반짝이는 금빛 탑과 그 앞에서 경쟁적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 구경을 하면서
한참동안 내가 원하는 만큼 '마음 편히' 앉아 있다가 내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방에서 책을 읽다가 심심해진 그날 밤에는
혹시 게스트하우스 로비에 같이 놀만한 사람이 없는지 차례 로비에 나가 정탐(?)을 하고 오는 부지런함,
로비에 앉아 책을 읽으면서도 곁눈으로 지나다니는 여행객들을 관찰하는 주도면밀한 이중성,

그런 것이 홀로 여행자의 마음이 아닐까.

 

 

 

 

 

 

 

 

 

도이수텝 사원의 화장실: 남/여/스님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여행도 홀로 떠나게 되었는지
홀로 여행의 재미 덕분에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하게 된 것인지는 저마다 다르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명제는,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적어도 혼자 있는 시간이 불편하거나 고통스럽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MBTI 같은 심리검사를 받아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에너지가 소비되고 혼자 있을 때 충전되는 종류의 사람이다.
세상 사람을 '외향적 (혹은 사교형) 사람' 과 '내향적 (혹은 사색형) 사람'으로 단순히 이분한다면
경계선에서 멀찍이 떨어져 후자에 속하는 인간형.

 

소비하는 에너지에 비해 충분히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잘 맞는 사람들과의 최소한의 교류만 있으면
일상에서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
에너지가 비효율적으로 소비되는 관계의 불편함보다는 차라리 외로움을 선택하는 사람.

 

 

 

 

 

 

 

 

 

 

 

 

 

 

 

 

 

 

 

둘이서 신나게 떠들고 싶은 밤이 있으면
혼자 조용하게 취하고 싶은 밤도 있다.
둘이서 어깨를 기대고 싶은 밤이 있으면
혼자 차가운 바람을 맞고 싶은 밤도 있다.

          - 다카하시 아유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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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그래요. 낮엔 혼자 그렇게 종종거리며 돌다가도 밤에 바라도 가서 맥주한잔 하고 싶은때, 외로워져요. 특히 '여자'여행객인 저로서는 안전이 최우선이라 편의점에서 병맥 몇병과 과자 몇봉지 사와서 혼자 한국의 라디오를 듣던, 팟캐스트를 듣던 조용히 홀로 사그러들지요. 오늘의 감상과 느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가도 한국에 잇는 수다스러운 친구를 떠올리며 '아이고마, 걍 혼자가 낫겟다' 싶은 마음 들때도 있었고요 ㅋㅋㅋ
2014-10-20
12:05:14

[삭제]
관심
아... 손바닥을 뒤집듯, 동전의 앞뒷면처럼, 정말 낮과 밤이란 표현이 걸맞는 지점 같아요.
이미 너무 오래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정말 간섭받지 않고 여행다니던 시절, 주기적으로 외로움에 숨이 턱턱 막히던 생각이 납니다. '이럴 거면 과연 여행이 무슨 필요가 있냐, 그냥 집안에 불 꺼놓고 쳐박혀 있으면 되지' 하다가 정말 외딴방에 쳐박혀서 지내본 적도 있구요 ^^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홀로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각자의 이기주의로 무장하고 걷다가,
어느 순간 기적적으로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줄 상대로 다가와 만나는 그 지점은 얼마나 위대한가... 말이죠.
사실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나의 마르지 않는 샘물 같았던 개인주의 우물이 바싹 마르는 황폐한 순간,
잠시나마 '아... 이게 여행의 재미지' 싶게 말동무가 되어주는 누군가... 아~ 그립습니다.
(이제 옛날보다 돈도 더 벌어서 내가 맥주도 사주고 안주도 사주고 공항가는 택시값도 내줄수 있는데 말이죠ㅠㅠ)
2014-10-21
15:55:29
희희희
이번엔 에세이집 냅시다!!! 감탄했음!! 난 선주문 할거야~~!! ㅎㅎ
2014-10-24
01:48:50

[삭제]
런샨
혼자 여행하는게 타인과 동행하며 내 몫을 포기해야되는것보단 더 낫다고 생각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보다 같은 성향의 "따로, 또 같이"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찾게되는건 무리한 욕심일까요..ㅎㅎㅎㅎㅎㅎ
2014-10-28
15:26:28

[삭제]
준수
맞아요 누군가를 떠올리다가도 '아이고마 혼자가 낫겠다'싶은 기분.
'남자'여행객은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먼저 말 안 걸어주는 경우가 많아서 반대의 걱정이 있기도 합니다.ㅋㅋㅋ
//
표면적 여행의 '질'은 분명 예전보다 높아졌는데 누군가와도 쉽게 말 걸고 친구가 되기 쉬웠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죠.
특히 카오산처럼 '옛날 생각'나게 하는 장소에서라면 말이죠!
2014-10-31
11:13:11
준수
부평의 거물 복여사님 안녕? 선주문 100권 쯤 해주면 내 고려해 볼게ㅋㅋㅋ
//
아아 그런 친구가 있다면 완벽한 여행의 파트너가 되겠지만, 쉽지 않겠죠? 하지만 평생 함께할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ㅎㅎ
2014-10-31
11:16:12
에스뗄
저 이 글보고 빵터졌네요.
여행지에서의 제안이나 거절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잖아요.
그런대 이리 치밀하게 준비를 하시다니..
나중에 프로포즈라도 하실땐 미션 임파서블일듯 ㅋㅋ
갑자기 예전에 읽었던 여행기도 떠올라요.
이집트 여행긴데 혼자 아침식사하는데 혹시라도 뻘쭘할까 여러모로 계획하던 모습이
넘 귀여워서 한참 웃었었는데..삼십대의 준수님은 여전히 ㅋㅋㅋㅋ
2015-01-25
12:27:55

[삭제]
준수
이집트 여행기 이야기, 저는 기억이 안 나서 검색하여 찾아 보았습니다.
10년 전 여행기다 보니 역시 남의 여행기마냥 낯서네요ㅋㅋ
덕분에 재밌는 글(?)을 보았네요.
10년 전의 저는 그랬군요. 혼자 아침 먹는 걸 뻘쭘해 했었다니.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혼자 들아거서 밥 잘 먹는데 말이죠ㅎㅎ
2015-01-30
22:02:14
토끼궁둥이
저도 참 소심한데요... 한국에서 본능적으로 나타나는 낯가림이 인천상공을 벗어나는 순간 사라집니다. 그럼에도 혼자 여행을 못하는 저는 밤의 외로움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여자 혼자 여행에서의 치안문제가 두려워서지요. 아무래도 호스텔 따위의 여행자 대상 스릴러 영화를 너무 본 탓인듯 합니다. ㅜㅜ
2015-02-16
13:50:59
준수
하하 낯선 방에 혼자 있는 건 안 무서우신가요? ㅋㅋ
2015-02-22
21:5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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