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saf



제목: 여행의 분인(分人)
분류: 방콕
이름: 준수 * http://www.genijoon.com


등록일: 2015-07-17 20:55
조회수: 1409 / 추천수: 88


 

 

 

 

 

 

 

 

 

일본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는 <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분인'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제안했다.

 

 

 

 

 

 

 

 

 

 

 

 

 

 

 

개인(個人)의  원어인 individual
부정을 뜻하는 접두어 'in'과 '나누다'에서 파생된 'dividual'의 합성어로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온전한 존재를 의미한다.

 

분할할 수 없는 '개인(individual)'이라는 틀로 자신을 정의한다면
'진정한 나'의 존재는 단 하나이며 그 밖의 내 모습은 거짓이거나 분열된 자아가 된다.

 

 

 

 

 

 

 

 

 

 

 

 

 

 

 

 

하지만 실제 나의 모습은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며 일관적이지도 않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의 나는 꽤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람 같지만
다른 집단 속의 내 모습은 성마르고 까칠한 아저씨같다.

어떤 친구 앞의 나는 술자리에 어울리는 유머센스와 적절한 진지함을 겸비한 캐릭터일 수 있만
또다른 사람에게 나란 사람은 말수가 적고 일만 하며 사는 사람 같아 보이기도 할 것이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이렇게 상대나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 나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개인(individual)이 여러 개로 나누어진(dividual) 분인(分人)들이라 정의한다.

 

한 명의 인간은 나눌 수 없는 존재가 아니라 복수로 나눌 수 있는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하나의 '진정한 나',
수미일관된 '흔들리지 않는' 본래의 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_<나란 무엇인가>-

 

 

 

 

 

 

 

 

 

 

 

 

 

 

 

 

개인이 정수 '1'이라면 각 분인들은 깊이와 크기에 따라 서로 다른 비율을 가진 분수들이다.

따라서 각각의 대인관계마다 서로 다른 인격이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여러가지 얼굴을 가진 나의 분인들은 모두 '진정한 나'라는 것.

 

존재 하지 않는 유일무이의  '진정한 나'의 허상 때문에
우리는 어떤 것이 진짜 나일지 고민하고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여행의 닳고 닳은 표어 중 하나인 '진정한 나'를 찾는다거나
'자아발견' 같은 거창한 목적을 이루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여행을 통해서 발견하는 것은 '진정한 나'가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마주하는 '또 다른 나',
나의 새로운 분인들인 것 같다.

 

특히 혼자하는 여행에서는 일상의 분인들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수 있고
'일상 속의 나'와는 조금 다른 '여행하는 나'로 확실히 '분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분명 '여행하는 나'는 '평소의 나'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여행 중의 나는 평소보다 좀 더 밝고 덜 까다로운 사람이 된다.
사소한 일에 더 즐거워하고 더 기뻐하고,
낯선 이의 작은 친절 하나에 총총 스텝을 밟으며 뛰어가기도 한다.

 

옆자리 사람과 반갑게 인사하는 나는 평소보다 훨씬 미소에 후하고
낯선 게스트하우스 주인 아저씨와 (꽤) 유쾌하게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면서
물건값도 흥정하고 깎을 줄도 아는 좀 더 '능숙한' 인간이 된다.

 

이불이 깨끗하지 않아도 잘 자고,
씻지 않고 잠들기도 하는 나의 모습은 (최근엔 조금 변했지만)
평소에는 아무리 술 많이 먹고 와도 씻고 자는 내가 상상할 수 없는 면모다.
그리고 음식과 술의 맛있음에 대한 기준이 현저하게 내려간다.

 

 

 

 

 

 

 

 

 

 

 

 

 

 

 

 

 

 

익숙하고 당연한 'individual'이라는 단어를 낯선 시각으로 분해하여
누구나 한번쯤 고민하고 생각해 봤을법한 '여러 개의 나'를 설명하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이야기에
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분인주의' 프레임이 파생되어 행복론에 적용되는 부분이다.

 

 

 

 

 

 

 

 

 

 

누구에게나 마음에 드는 분인도 있지만 바꾸거나 버리고 싶은 분인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모습들을 포괄하는 '자신의 전체'를 사랑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어떤 특정한 사람이나 상황 속에서의 나 자신을 좋아하는 일은 조금 더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상대와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수많은 나의 분인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 그래도 두세개 정도만 있다면
그것을 발판으로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꽤 마음에 드는 나의 모습들을 하나씩 발견하고
좋아하는 분인들을 하나씩 늘려간다면
우리는 그만큼 스스로에게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일상 나'와는 조금 다른 '여행하는 나'의 분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인 중의 하나다.

 

지루한 현실 속을 잠시라도 벗어난 '나',
 여행 중의 내 모습은 평소보다 어딘지 근사하며 멋있어 보인다.
'모험'이라는 말은 이젠 식상한 어린이용 만화에나 나올법한 유치한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여행을 하면서 왠지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된 것 같고 왠지 더 멋있는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착
각에 잠시나마 빠질 수 있다는 것.
우습긴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적어도 여행을 하고 있는 동안, 내 인생은 참 아름다워 보였다.

 

_"The way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법"-

 

 

 

 

 

 

 

 

 

이 말을 썼던 2008년에는 '분인주의'라는 말을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 보니 막연하게나마 '분인'과 궤를 같이 하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쉽지 않은 일이겠으나 '나 자신을 좋아하는 것'
남과의 비교에 의한 우월감이나 타인의 인정에 기반한 '상대적 행복'에서 벗어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매길 수 있는 '절대적 행복'을 위해서 제일 중요한 조건이다.
(김찬호씨가 <모멸감>에서 이야기한 한국사회의 가장 큰 부족함이기도 하다)

 

 

 

 

 

 

 

 

 

 

'진정한 나' 보다는 '또 다른 나'를 찾는 시간,
일상의 내 모습과는 조금 다르지만 좀 더 마음에 드는 자신의 면모를 발견하는 것,
그래서 좋아하는 나의 분인을 하나 늘려가는 것이야 말로
'추억의 수집' 만큼이나 중요한 여행의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답글달기   -추천하기     -목록보기  
관심
히라노 작가의 에세이도 읽고, "The way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법"도 읽고, 나름의 여행을 통해 내 분인을 확인한 사람으로서
이 포스팅이 내 기억과 함께 내재된 이야기가 다시 살아난 것 같다는 기분이 드네요 ^^

나에게 있어 '여행하는 분인'만 놓고 보자면, 그 자체도 변화(or 분화) 과정이 너무 심해서
요즘은 좀 쓸쓸한 감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죠 ^^
시간이 흘러 50대의 여행하는 분인이, 지구본엔 표기되지 않는 어느 도시 후미진 골목 게스트하우스에서 '20대 때 여행하던 분인'을 마주하고
맥주 한 잔 하자며 웃고 있길 기대한답니다.
2015-07-20
13:39:59
준수
그 두권을 읽으셨으니 이 글에 대한 완벽한 독자시군요! 하하
저도 근래 여행의 분인이 한창 때(?)에 비해서 조금 덜 신나하고
무던한 현실의 분인과 비슷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약간 씁쓸할 때가 있어요.
저도 한참 시간 후에 지금까지 겪어온 여행의 분인들과 다시 조우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2015-07-20
19:12:08
에스뗄
제가 7년 정도 준수님의 여행기를 읽었는데..
다이어리는 올해 3월부턴가 처음 읽은듯해요.
근대 전 여행보다 일상에서의 모습에 더 감동을 받았어요.
어쩜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셨던걸요.ㅎ
독서 외국어 요리 기타 피아노..도대체 못하시는게 뭔지..
지적호기심을 갖고 성실히 실행하는것이 쉬운일은 아니잖아요.
따라하고 싶어도..제겐 넘사벽 ㅋㅋ
다이어리가 재밌어서 예전글들도 쭉쭉 읽었는데..
저보다 오빠신데도 아들같은 느낌!? 대견하달까 ㅎ
덕분에 저도 스타일리쉬한 일상을 살아내고 싶어져요.
참!
오늘 국수 드셨어요? 준수님 오늘 생일 맞죠?
생일엔 면류를 드셔야 장수한대요.^^
2015-07-23
16:28:35

[삭제]
준수
그동안 여행기만 보시고 다른 글은 왜 안 보셨나요?ㅋㅋ
아 감사하지만 엄청 과대평가예요. 글로는 무슨 말인들 못하겠어요.
잘하는 것도 아니고 관심만 가지고 가끔 언급한 건데 '승화'라고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아, 저는 왠지 모르게 에스델님이 저보다 나이가 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오늘 생일인 건 어떻게 아셨지!!??
한 번더 감사해요. 오늘은 복날이라 백숙을 먹었어요.ㅋㅋㅋ
2015-07-23
18:57:56
김남진
첫 해외여행을 꽤 늦은 나이에 갈때 이 블로그에서 많은 정보를 얻고, 주인장이 과 후배라는 사실을 알고는 더 가깜게 느껴져서 가끔씩 들렀던 것이 어느덧 10년 가까이 되네요.
과거 글들부터 보면, 일단 사진과 글솜씨가 점점 느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 한편의 역사같네요.
아직 재주가 많지 않은 저로선 부러운 능력일뿐이고, 계속해서 독서를 하는 것을 보니, 역시 글을 잘쓰는데는 다독,다작이 중요한가봅니다.
2015-07-24
02:57:52

[삭제]
준수
안녕하세요!
가끔가다 제 예전 여행기들을 하나씩 읽어보는데 매우 낯설고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고 다른 사람 글 읽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책도 꾸준히 읽고 여행 경험도 많아지고 하다보니 글솜씨가 어느 정도 나아지기는 했겠지만
그보다 그냥 나이도 들고 조금이나마 더 다양한 시각을 가지게 된 것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글쓰기나 실력에 대해 뭐라 할 위치는 못 되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독서가 곧 글쓰기의 시작인 것은 절대진리인 것 같아요.
2015-07-24
20:30:16
임동준
수능공부를 하면서 이 홈페이지에 들르면서 위안을 얻던 시절도 아득한 먼 과거가 되버렸고, 이젠 저도 세계일주를 준비하며 지도와 책들을 읽고 있는데 그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항상 여행을 좋아하고, 누군가 여행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물어보면 그에 대한 답이 무언가 참 좋은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짧은 단어나 문장으로는 정말 표현하기 어려운 듯한 총체점 경험으로만 느껴졌는데, 이번 글에서 머리가 더 맑아지는 기분입니다 ㅎㅎ
오늘의 글은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말한 <메토이소노>를 떠올리게 한 글이네요.
준수님 홈페이지에 꾸준히 들리시는 분들은 다들 오랫동안 준수님의 글들을 봐온 사람들이라서,
언젠가 한번쯤 대화할 수 있는 장이 있다면 정말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ㅎ
2015-07-25
16:14:40

[삭제]
준수
얼마 전('얼마 전'은 아닌가요?ㅋㅋ) 에 제대하셨다고 한 것 같은데 이제 여행을 준비하시는군요!
'메토이소노'가 뭔지 몰라서 찾아보았습니다.하하 누군가의 '메토이소노'가 될 수 있다면 저로서도 큰 영광이겠네요.
저도 가끔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상상으로 그치고 말더라구요. 감사합니다
2015-07-27
13:03:36
에스뗄
저 28인데요..에스뗄무룩ㅠㅠ
뭐 제 삶에서 가장 성숙한 분인이 발현되었나 보네요 ㅎ
생일은 다이어리 보다가 알게됐어요.
고등학교 학생증에 주민번호 앞자리가 나와있어서..
다이어리에 적어놨어요. 축하해 드리고 싶어서 ^^
제가 좀 기특하죠..하하
2015-08-16
01:26:49

[삭제]
준수
헛 그런 사진이 있는지도 잊고 있었네요.
검색해서 다시 찾아봤습니다.ㅋㅋ
디테일한 분이시군요 감사합니다
2015-08-17
10:40:41
  ~의견을 남겨주세요.

 
  이름(별명)  비밀번호   
-답글달기   -추천하기   -목록보기  
번호 분류 제목 등록일 조회
공지 -  태국-캄보디아 여행기 2014-08-17 940
20 방콕
 에필로그: 일상의 관성  14
2015-10-25 1313
19 방콕
 겨울의 방콕 식도락  4
2015-10-11 1223
18 치앙마이
 치앙마이 사람들  5
2015-09-30 1321
17 방콕
 마사지의 마음  13
2015-09-07 1016
16 앙코르와트
 앙코르와트 구경  20
2015-08-15 1705
방콕
 여행의 분인(分人)  10
2015-07-17 1409
14 방콕
 공학자처럼 여행하기 (재미없음 주의)  9
2015-06-29 1527
13 앙코르와트
 캄보디아 식도락  9
2015-06-07 1675
12 앙코르와트
 여행자의 이기심  7
2015-05-31 1294
11 앙코르와트
 동남아의 향기  9
2015-03-23 2715
10 치앙마이
 심심함의 종말  13
2015-03-01 1970
9 치앙마이
 치앙마이 식도락  14
2015-02-02 4780
8 치앙마이
 타이 쿠킹 스쿨  13
2015-01-11 2559
7 치앙마이
 어른여행자  28
2014-12-22 2268
6 방콕
 선행학습  10
2014-12-02 1839
5 방콕
 방콕 식도락  10
2014-11-10 2248
4 치앙마이
 낮과 밤의 이기주의  11
2014-10-19 1948
3 방콕
 시암과 카오산  11
2014-09-28 2182
2 방콕
 타인의 취향  13
2014-09-06 3711
1 방콕
 프롤로그: 지구 반대편을 기억하는 법  22
2014-08-18 2357
-목록보기  
1 
       
Copyright 1999-2017 Zeroboard / skin by DQ'Style 

Copyright ⓒ 2003-2015 genijoo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