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fsaf



제목: 시암과 카오산
분류: 방콕
이름: 준수 * http://www.genijoon.com


등록일: 2014-09-28 21:22
조회수: 2181 / 추천수: 86


제목 없음

 

 

 

 

 

 

 

 

 

보스니아와 파키스탄에 가보고 페루와 브라질도 다녀왔으면서
방콕이나 홍콩은 가보지 않은 나의 희한한 여행 경력은,

시간 많을 때 나중에는 가기 어려울 만한 곳을 가 두자며,
여행지 선택마저도 일부 이성적 판단에 의지한 나의 지나친 주도면밀함 때문일 것이다.

 

방학이 없고 휴가도 귀해진 지금 처지에
일주일 정도의 일정으로 '효과적'으로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여행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치밀함의 덕분이기도 하지만,
여기저기 여행 많이 다니고 책도 썼다는 사람이 카오산로드를 안 가봤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보인 사람도 많았다.

 

 

 

 

 

 

 

 

 

 

 

 

 

 

 

 

 

 

 

 

 

그런 난처함(?)을 피하거나
내 '여행 포트폴리오'의 완성을 위해 카오산을 목적지로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카오산로드는 뭐랄까,
몇 차례 엇갈림 탓에 먼길을 돌고 돌아 온 중요한 목적지 같았다.

 

(2004년에 동남아 조류독감이 발생하지만 않았어도
나는 22살에 태국과 캄보디아를 여행했었을 테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방콕의 4박 중에 두 밤을 시암(Siam)에서 자고 두 밤을 카오산로드에서 보냈다.
서울보다 도쿄보다 세련된 시암의 방콕과
델리의 '빠하르간즈스러운' 카오산의 방콕 모두 궁금했다.

 

시암은 방콕의 '시내'다.
거대한 쇼핑몰과 더 거대한 쇼핑몰이 구름다리를 통해 줄줄이 이어지고
BTS라 불리는 지상전철 노선 2개가 교차하는 대로에는 3층, 4층 구조의 고가철교가 뱀처럼 얽혀 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에 영화관,식당, 백화점들이 집적된 쇼핑몰이 많이 생겼지만,
시암의 쇼핑몰들은 서울의 몰보다 규모나 화려함 면에서 한 수 위인 것 같았다.
겉모습 뿐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의 모던함이나 파는 물건들의 세련됨 그리고 물건의 가격까지
태국에 대한 나의 이미지보다 한참 앞서 있어서 깜짝 놀랄 정도.

 

 

 

 

 

 

 

 

 

 

 

 

 

 

 

 

 

 

 

 

 

 

 

 

 

 

 

 

 

 

 

 

 

 

 

 

 

그 유명한 카오산로드는  '여행자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곳이다.
줄지어 늘어선 뚝뚝 운전사들은 게으른 표정으로 낮잠을 자고 있고,
수줍게 호객하는 노변 맛사지부터 팟타이 등 온갖 노점들 사이로
냉장고바지에 나시티를 교복처럼 입은 서양 여행자들 무리가 거리를 주름잡는 곳.

 

 

 

 

 

 

 

밤이 되면 넓지 않은 거리는 거대한 노천 술집이 되어
태국음악에서부터 다프트펑크와 콜드플레이의 음악이 흐르고,
몹시 '업'된 서양인들로 가득찬 테이블 위에는
싱하와 창 비어에서부터 바가지에 담은 칵테일과 물담배 파이프까지,
팟타이와 카오팟(볶음밥)에서부터 햄버거와 감자튀김들이
대륙과 국가를 초월한 지구촌의 파티가 펼쳐진다.

 

 

 

 

 

 

 

 

 

 

 

 

 

 

 

 

 

 

 

 

 

 

이런 상반된 두 장소를 한 도시 안에 품고 있다는 것이
여행지로서 방콕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무기이자 매력 중 하나인 것 같다.

4-5성 급 호텔에 머물며 마사지를 받고 쇼핑몰을 도는 여행에서부터
드레드 머리를 하고서 히피스러운 '5불 여행'까지
다양한 형태의 여행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

 

 

 

 

 

 

 

 

 

 

 

 

 

 

 

 

실제로 태국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출생 성분'을 가진 여행자들을 구경할 수 있다.
시암 같은 번화가에서는 호텔방에서 가운을 입은 셀카를 찍고선
오늘 쇼핑한 물건들을 침대에 늘어놓고 인증샷을 찍을 것 같은 화려한 복장의 여행객들이 즐비하고
카오산로드의 골목길에서는 최소 3개월 인도여행을 갓 마치고 온 것 같은 공력이 느껴지는  사람들을 본다.

 

하지만 두 극단적 집단의 '근거지'인 시암과 카오산이 아닌 중립적인 장소,
예를 들면 짜뚜짝 주말시장이라거나 왕궁, 사원 같은 장소에서는
다른 시공간에 속해 있는 것 같은 다채로운 여행자들이 한 장면 속에서 교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암에서 이틀을 보내고 카오산에 오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모두가 제일 좋은 옷을 골라 입고서 한껏 신경쓰고 외출 나온 것 같은 시암에 비해
세수도 안 해도 될 것 같고 쓰레기 좀 버려도 될 것 같고
대낮부터 취해 있어도 이상할 것 없는 카오산의 허술한 분위기 덕에
'여행 온 기분' 이 제대로 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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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라
대낮부터 취해 있어도 이상할 것 없는 카오산의 허술한 분위기 덕에 여행 온 기분이 제대로 난다는 말에 공감이 가네요.. ^.^
저는 올해 5월 갔던 방콕 여행에서 처음 3박을 카오산에서 하고 뒤의 3박을 룸피니 공원쪽의 예전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값비싼(!) 호텔에서 묵었는데 그 호텔의 수영장에 누워 무릉도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즐기면서도 내내 카오산이 그립더라구요.. 대낮부터 맥주병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행자들 틈에 섞여 조잡한 악세사리 같은 것을 사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팟타이로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그럴 때 정말 여행 온 기분, 해방감 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ㅎㅎ
2014-09-28
22:18:44

[삭제]
김혜인
태국 공항에서 느꼈던 낯섦이 준수님의 첫 사진보고 뭐였던가 깨달았어요. 저의 태국에 대한 예상은 필핀 느낌이었는데 공항에서 본 고가 도로와 버스들을 보고 부조화를 느꼈었던 거 같네요. 그게 카오산에 내려서 없어졌구요. 4-5일의 태국 여행중 마지막날에 깨달은 팟타이와 바나나랩(?), 꼬지 구이 들의 맛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또 게스트 하우스에서 프랑스 애(새키)들이 예상외로 엄청 시끄러웠단것도요. 한국어 쌍욕을 퍼붇고 싶었지만 쪽수에 밀려서 ㅠㅠ 언젠가 다시 또 가야지가야지 하면서 4년이 넘게 흐르고 있네요. 그래도 준수님처럼 1주일 여행으로 충분히 다녀올수 있으니까 조금 순위에서 내려놓아도 괜찮겟지요 ㅎㅎ
2014-09-29
12:30:50

[삭제]
준수
저는 값비싼(!) 호텔은 아니었지만 카오산에선 '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하얀 시트가 깔린 게스트하우스 싱글룸에 묵었지요.ㅎㅎ
이제 '혼자 쓰는 화장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되었지만 카오산의 허술한 분위기는 약간 '회춘'의 힘이 있달까요ㅋㅋ
//
저도 태국의 기존 이미지는 '카오산로드'가 대표적이라서 매우 현대적이고 세련된 방콕을 보고 약간 의외라고 생각하긴 했었죠. 카오산에 온 서양인들은 약간 나사 풀린 것처럼 다들 신나서 국적불문 몹시 시끄럽더군요ㅋㅋ
2014-10-01
14:09:59
에스뗄
저도 멀리부터 다니느라 방콕은 2년전에 갔네요.
아직 싱가폴도 못가봤다눈 ㅋ
제가 방콕에서 가장 보고싶었던건 시로코라는 루프탑 바였는데..
그래서인지 방콕은 제겐 럭셔리한 도시로 남아있어요.
시암에서만 머물렀는데 스쳐지나듯 카오산로드를 마주했을땐
이런곳도 있구나.!
준수님과 반대의 느낌을 가졌네요 ㅎ
2014-10-13
21:50:44

[삭제]
준수
시로코 루프탑바! 저도 사진으로 봤어요.
제가 알고 있는 제일 럭셔리한 방콕 이미지입니다ㅋㅋㅋ
2014-10-14
15:43:17
썬썬
안녕하세요!
한~4~5년 전인가요? 제주도 월정리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적이 있었지요. ㅎㅎ
오늘 갑자기 문득! 준수님은 무얼 하시며, 어떻게 살까? 라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역시, 여행은 계속 되고 있었군요! ㅎㅎ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여행기도 여전하구요!
태국, 특히 카오산은 저에게는 해외 여행의 성지 같은 곳이며, 항상 그리운 곳이에요,
그곳에 발을 딛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느낌, 배낭, 여권, 돈만 있으면 되죠 ㅎㅎ
여행기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2014-10-16
10:52:06

[삭제]
준수
우와 안녕하세요!
소낭게스트하우스였죠. 그 때 이후로도 제주도 거의 매년 갔었어요. (소낭은 다시 안 갔지만!)
지나가던 중 누가 제 얼굴만 보고 책쓴이로 알아본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서 아주 기억에 생생한데 반갑네요ㅋㅋㅋ
갑자기 문득 생각나는 것도 기분이 영광이구요.
종종 소식 들려주세요!
2014-10-16
22:53:46
관심
이번 태국 여행기에서, 기대치 않게 저와 접점이 있는 포스팅입니다 ^^ (그래서 댓글을 달까 말까 고민하다 지금씁니다 ㅋㅋ)
저는 방콕을 2011년 라오스 여행 당시 경유를 했어요. 가던 날도 하루 자고, 오던 날도 하루 자고... 그런데 가던 날 미리 잡은 호텔은 수안나폼 공항(맞던가?) 인근에 마을 촌구석에 있는 작은 숙소였다죠. 의도치 않게 마누라의 실망을 샀다죠.
그래서 라오스 여행 행복하게 마치고 귀국하던 경유 때는 시암으로 갔어요. 비즈니스 호텔이었지만, 저렴한 비용에 비해 시설은 아주 그냥 A급이더군요. 덕택에 준수님이 표현한 그 시암은 밤늦은 시각까지 즐겁게 다녔어요.
문제는... 다음날 아침 게으른 마누라님의 늦잠 덕분에 귀국 비행기를 놓쳤다는 것이죠 ㅠㅠ (지금도 생각하면 혈압이 오르네요) 결국 자정에나 비행기에 자리가 나야 타고 귀국할 수 있으니, 회사 출근 일정도 엉망이 되고 제 심리를 주체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더군요. 그런데 비행기 대기리스트 줄 설 때까지 한 12시간이 남는거에요. 결국 계획에도 없던, 하지만 익히 소문으로 알고 있던 카오산에 가게 되었습니다. 아... 그 때 저는 알았죠. 시암의 평화와 카오산의 혼돈 사이에는 방콕의 그것과 나 자신의 그것이 그대로 닮아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간만에 준수님의 시암과 카오산을 읽고 보며... 제 기억 속 깊은 곳의 지킬&하이드를 마주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 3년전 마누라님의 늦잠에 관하여 단 한 마디의 사과도 받지 못했답니다 ^^
2014-10-21
16:10:32
준수
아 이 리플을 이제야 보았네요.
재밌는 에피소드군요 "지킬앤 하이드"는 아주 절묘한 비유네요!
저도 가끔씩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니고 일(학회)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외국에 갈 일이 종종 있는데
그럴 때도 "지킬앤 하이드"같은 기분을 종종 느끼는데,
관심님만큼의 낙차는 아니겠지요
2015-01-30
22:04:25
토끼궁둥이
2003년에 사스가 한창이었을떄, 모두가 꺼려하는 동남아 여행을 과감히 갔던 1인이었죠. 생에 첫 해외여행이라 전 세계적인 전염병의 공포에도 감행했던 여행인데, 당시엔 여행 초보라 방콕에 갔음에도 카오산로드는 지나도 못가봤던 기억이 있네요.
2015-02-16
13:45:04
준수
우와
저는 2003년에 동남아 비행기표를 샀다가 사스 때문에 취소했었는데!
그때 태국에 갔었다면 저의 여행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가끔 생각해 본답니다
2015-02-22
21: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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